현대제철이 올해 1분기 지난해보다 26% 많은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악재에도 질적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는 3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6% 증가했다.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0.8%)도 1%에 근접했다.
작년 전체 영업이익(3313억)과 비교했을 때도 약 10%에 달한다. 올해 1분기 현대제철이 영업손실 297억 원에 그친 것을 고려해볼 때 통 큰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경쟁사인 포스코(철강 부문ㆍ1077억 원), 동국제강(24억 원)의 연구개발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4%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시장 악화에 따른 철강 제품 수요 둔화로 작년 4분기(영업손실 1497억 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에 머물렀다.
지난달에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는 “2분기부터 하반기까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연간 판매 목표량 대비 7~8%가량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당진제철소의 전기로 가동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
위기 상황 속에도 연구개발비를 늘린 것은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다. 최대 생산 등 외형적 규모, 양적 성장에 의존하면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3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기존 경향에서 벗어나 올해는 본원적 경쟁력에 방점을 두고 최적생산, 최고수익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적극적인 투자로 현대제철은 최근 센터필러용 고인성 핫스탬핑강을 개발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신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충돌 성능이 뛰어나다. 우수한 성능 때문에 올해 새로 출시한 현대차 아반떼에도 적용됐다.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서비스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1월 회사 홈페이지에 ‘AE 서비스 포털’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포털을 통해 고객은 현대제철의 자동차 소재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많은 연구개발비를 지출할 전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