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에서 사용하는 지하수는 전국 지하수 이용량의 51%(14억8500만㎥/연)에 달할 만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하수는 지하댐, 방사상집수정, 관정 등의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으며 관정을 통한 지하수 공급이 가장 대표적이다. 가뭄 시 비상급수를 위해 개발된 관정은 대부분 연중 관리되지 않고 방치돼 관정의 효율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또 다른 새로운 대체관정을 개발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런 악순환은 결과적으로 지하수위 저하, 수질오염 등의 문제를 가져와 노후되고 방치된 관정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지하수 관정은 개인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나 소유자의 경제적 부담과 관리인식 부재로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한 형편이다. 지하수자원관리보고서(한국농어촌공사, 2001~2017)에 따르면 전국 263개 공공구역의 공공관정 2060공이 시설물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 중 조치가 완료된 관정은 1739공이고 321공(16%)은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지자체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농업용 공공관정 중에도 개발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관정이 4437공으로 전체의 17%(농업생산기반통계연보, 2018)에 달한다. 2015년 농어촌공사에서 실시한 ‘농어업용 공공관정 정비를 통한 지하수자원 추가 확보 방안 연구’에 따르면 노후된 관정의 정비를 통해 관정의 효율을 2~11% 개선할 수 있어 1공당 40㎥/일의 지하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또 기존 관정의 재활용 비용은 신규 관정 개발비용의 12.6분의 1에 불과해 지하수의 신규 개발이 아닌 기존 관정의 효율적인 정비와 체계적인 관리만으로도 충분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어촌공사에서는 농어촌지역의 지하수를 보전·관리하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지하수자원관리사업(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01~2021)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의 농어촌용수구역 352지구의 공공관정을 조사해 개발과 이용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량과 수질관리지역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농어촌지하수관리시스템(www.groundwater.or.kr)에 등록돼 누구나 로그인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공공관정의 위치뿐만 아니라 개발 연도, 양수량과 심도 등 다양한 지하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농업 가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농어촌지하수관측망의 지하수위와 해수침투에 대한 예경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몇몇 지자체에서도 지하수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하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별 지하수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지하수시설물의 전수 조사와 관리시스템 구축은 물론 가뭄에 대비한 대용량 지하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농어촌공사와 협업해 2018년부터 가뭄상습지역에 대한 지하수 부존량 조사를 진행해 2개 시·군(용인시, 양평군)에서 연간 100만㎥의 안정적인 용수를 확보했고 2022년까지 안성시 등 7개 시·군의 농업용 공공관정 관리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충청남도와 경상북도는 공공관정의 이용 현황을 조사하고 지하수 총량제 개념을 도입해 지역별로 분산돼 있는 지하수의 통합관리시스템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발생은 그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농어업 재해 최소화를 위해 상시 지하수 자원 확보는 더욱 중요하다. 평상시 제대로 관리된 면역력은 바이러스 침투 시 우리 몸을 지켜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농업용 공공관정의 정비와 재활용 등을 통한 관정의 기능 회복과 물 관리 거버넌스 구축은 미래에 예견된 물 부족에 대한 든든한 보완재가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