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인천에서 청약시장은 그야말로 광풍(狂風)이다.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에 한동안 주택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인천은 서울 주택시장을 향한 칼날 규제의 풍선효과와 교통망 호재에 힘입어 청약 경쟁이 날로 폭주하 듯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붙은 청약시장 열기가 당분간 지속되다가 수도권 분양권 전매가 본격 봉쇄되는 오는 8월을 기점으로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오늘 8월 이후부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과 지방광역시의 도시지역에 대해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의 50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무려 5만8763명이 달라붙었다. 평균 경쟁률은 무려 1175.3대 1에 달했다. 최고 경쟁률은 2만8007.5대 1로 전용면적 84㎡ A타입에서 나왔다. 단 2가구를 모집하는데 청약통장만 5만6015개가 몰렸다.
이 단지는 지난 3월 1순위 청약에 5만8021명이 몰리며 평균 72.2대1의 경쟁률 기록했다. 1순위 청약에 이어 무순위 줍줍('줍고 줍는다'의 속어)에서도 또다시 수요자가 대거 몰린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청약 진행한 '부평역 한라비발디 트레비앙'은 1순위에서 53가구 모집에 무려 1만3351명 몰려 평균 2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달 나온 '검단신도시 우미린 에코뷰'도 270가구 모집에 7346명이 청약통장을 쏟아냈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27대 1로 검단지구 사상 최고 경쟁률이다. 인천 부평구에서 나온 '힐스테이트 부평’(487가구) 역시 평균 84대 1로 청약 마감했다. 이렇다 보니 미분양도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고 있다. 현재 인천지역 미분양 물량은 400가구 수준에 머무러 있다.
인천 집값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인천 아파트 매매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던 3월 한달 간 2.44%이나 뛰었다.
인천 주택시장은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을 수년간 달고 있었을 만큼 한때 주택시장에서 외면받던 지역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2009년 인천 미분양 주택 가구수는 전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4539가구로 폭증했다. 적체된 미분양 물량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채 제자리 걸음하다가 2013년 5275채로 더 치솟았다. 전국 대부분의 도시가 미분양 가구수를 줄여나가던 와중에 인천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서구에 위치한 검단신도시의 경우 분양을 하는 족족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쌓이는 미분양에 일각에선 빛도 보지 못한 검단시도시가 2, 3단계 개발은 삽도 떠보지 못하고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시장이 반전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교통망 개발사업이 잇따라 발표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공급 감소 우려로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일단 잡고 보자'는 조바심이 기승을 부렸다.
여기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이 기름을 부었다. 서울 주택시장을 바짝 죈 지난해 12·16 대책과 경기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은 올해 2·20 대책이 발표되자 수요자들은 규제 무풍지역인 인천으로 대거 눈길을 돌렸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대책이 오히려 풍선효과의 불쏘시개가 된 셈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인천 청라의 경우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등장할 정도로 시장이 완전히 가라앉아 장기간 회복하지 못했다"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와 비규제 지역이 부각된 게 최근 반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에선 개발 재료가 적잖게 늘려 있다. GTX B노선 예타 통과한 데 이어 청라국제업무단지에 서울도시철도 7호선 (가칭)국제업무단지역 신설도 확정됐다. 인천지하철 1호선 송도랜드마크시티 연장선은 오는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천 주택시장의 과열이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분양권 전매가 본격적으로 막히는 8월 이후 투기 수요의 움직임이 꺾이면서 청약시장도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옹 여름까지 청약 열풍이 불다가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다만 전매 금지로 청약시장을 막으면 1000조 원이 넘는 유동자금이 기존 주택시장으로 흘러가 집값을 더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