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간편식(HMR)’은 최근 수년간 식품업계를 지배한 키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식품 시장은 성장이 정체됐지만 1인 가구 증가와 편의성 트렌드가 확산하며 HMR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업계도 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HMR 연구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다만 그간 HMR 시장의 주류는 냉장·냉동 간편식이었다. 상온 간편식은 멸균 처리 과정(레토르트)을 필요로 하는 특성상 냉장ㆍ냉동 식품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온 간편식 시장에 볕이 들고 있다. 기술 발달로 맛이 개선되기 시작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비상식량 비축 분위기로 보관과 휴대에 더 편리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12일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불과 5년 전인 2014년 전체 HMR 시장이 1조1500억원대에서 2019년 2조3000억원으로 2배 성장하는 동안 상온 제품은 1695억 원에서 지난해 5322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전체 HMR 시장이 상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5년 사이 14.7%에서 23.2%로 확대됐다. 식품업계가 더이상 상온 HMR 제품을 등한시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CJ제일제당이 자랑하는 상온 HMR의 대표적인 기술은 원물제어 기술과 레토르트 기술이 꼽힌다. 원물제어 기술은 고온 살균 이후에도 원재료 본연의 맛과 특성,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원재료 각각의 특성에 맞게 전처리하는 기술이다. 또,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고기의 육즙 손실을 방지하고 야채 등은 단단한 식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살균도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 모든 재료를 함께 포장한 후 동일한 온도에서 살균처리를 했던 과거와 달리, 원재료 특성에 맞춰 각각의 맛을 살리는 온도를 적용하는 분리 살균 방식을 택해 맛을 향상시켰다.
이같은 기술력에 힘입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상온 간편식 3대 카테고리 매출은 3450억 원으로 전년보다 44.4%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향후 소비자 니즈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등 ‘가정에서 방금 만든 요리’, ‘전문점 수준의 맛 품질’ 구현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오뚜기밥’ 등 즉석밥, ‘3분 카레’‘3분 짜장’ 등 1세대 레토르트 제품, 국·탕·찌개류 등의 상온 HMR 제품을 보유한 오뚜기도 라인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오뚜기는 최근 레스토랑에서 먹던 스프 맛을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오뚜기 ‘상온 액상 스프’ 4종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 스프 베스트셀러 메뉴인 ‘양송이 크림스프’와 ‘콘크림 스프’에 ‘베이컨 감자스프’와 ‘단호박 크림스프’를 더했으며 전자레인지 조리만으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뚜기의 상온 HMR 제품 매출도 지난해 24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7.0% 늘어났으며 올해 4월까지 11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상은 이미 국·탕·찌개, 분말수프, 분말죽, 식사대용식, 봉지밥 등의 상온 HMR 품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안주까지 추가해 사업 외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2017년 ‘올반’ 국·탕류 제품으로 상온 HMR 시장에 진출한 신세계푸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반 삼계탕’ ‘올반 흑마늘 삼계탕’과 상온 국·탕류 6종 등을 내놓은 신세계푸드의 지난해 상온 HMR 매출은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