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완성차 수출 금액은 80억6359만 달러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10년의 68억9397만 달러 이후 최저치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1분기는 상대적으로 비수기다. 연말께 주요 시장별로 대대적인 할인판매가 이어지고 인센티브가 증가하는 만큼, 산업 수요 대부분이 4분기에 집중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 역시 4→2→3→1분기 순으로 판매실적이 하락한다. 추석 명절과 설이 몰린 3분기와 1분기는 조업일수와 판매 일수도 모자란다.
이를 고려해도 1분기를 기준으로 올해 수출금액 하락은 이례적이라고 협회는 분석했다.
2008년 1분기 83억1700만 달러 수준이었던 1분기 수출금액은 리먼 사태 영향을 받은 2009년 1분기에 43억7300만 달러까지 하락했다. 무려 45% 급감한 규모다.
본격적인 상승세는 이듬해인 2010년(68억9400만 달러) 시작했다. 상승세는 2011년(93억6500만 달러)과 2012년(115억9700만 달러)까지 지속해서 이어졌다.
이후 2014년 117억89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분기 수출금액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이때가 정점이었다. 이후 점진적인 내림세를 시작해 2018년 88억9300만 달러까지 지속 하락했다. 특히 2018년은 연산 30만 대 수준의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폐쇄되던 해였다.
올해 1분기 완성차 수출금액(80억6300만 달러)은 군산공장이 폐쇄된 2018년 수준에도 못 미쳤다. 그만큼 코로나19 쇼크가 컸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 현지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미판매 재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아차가 1분기 경영실적 설명회를 통해 밝힌 '딜러 운용 현황'을 보면 주요 시장별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4월 말 현재 미국 전체 기아차 딜러망 가운데 약 20%만 정상 영업 중이고, 30%는 '셧다운'된 상태다. 나머지 50%의 딜러가 탄력적으로 영업 중이다.
완성차 메이커는 통상 재고를 날짜로 표현한다. 예컨대 재고가 ‘90일’이라면 현재 판매 추이가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90일 뒤에 재고가 바닥난다'는 뜻이다.
미국시장을 기준으로 주요 완성차 메이커는 평균 60일분의 재고를 보유한다. 이보다 재고가 증가할 경우 고정비 부담이 커진다. 메이커는 이에 앞서 수출 물량을 조절해 재고를 조정한다.
국내 완성차의 수출물량 조절은 3월부터 본격화했다.
현대차는 이달에도 울산 5공장 투싼 생산설비를 지난 13∼17일 임시 휴업했다.
기아차 역시 27일부터 내달 8일까지 경기 광명 소하리 1ㆍ2공장과 광주 2공장을 휴업한다. 해외 수출주문이 끊기자 징검다리 연휴(이달 30일∼5월 5일) 전후로 휴업을 결정, 국내 생산재고를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수출차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비싼 차들이다. 값싼 차를 수출할 경우 마진이 줄기 때문이다. 수출물량 감소보다 수출금액 감소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뜻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차는 현지생산ㆍ현지판매가 원칙이고,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차는 SUV 또는 고급차들이다”며 “특히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100% ‘메이드 인 코리아’다. 수출물량 충격보다 수출금액 감소분이 더 크게 다가오는 양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