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호<사진>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업 효율화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정유제품 수요 부족에 국제유가마저 고꾸라지면서 글로벌 석유업계는 "죽음의 골짜기(Death Valley)를 건너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내부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도 22일 '산업부장관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정유업계가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 정제마진 악화에 따른 영향 등 애로 겪고 있다"며 "업계에서 힘을 합치고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정유업계에서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등 위기 상황에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상경영에 들어가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의 급여를 20% 반납하고 경비 예산을 최대 70%까지 삭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가동률을 조정하거나 정기보수 일정을 앞당기며 과잉공급에 대응하고 있다.
SK에너지는 공장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85%로 낮췄고, 현대오일뱅크도 90% 수준으로 조정했다. SK종합화학은 SK울산공장(CLX) 내 납사 크래킹 센터(NCC)를 12월부터, 합성고무제조공정(EPDM)은 2분기 안에 가동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제2공장 정기보수를 내달 22일까지 정기보수를 앞당겨 시행하고 있고, GS칼텍스도 예정된 정기보수를 앞당겼다.
정부에서도 정유업계의 위기에 공감하고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최근 석유수입ㆍ판매부과금과 관세 납부유예, 석유공사 여유 비축시설 임대, 전략 비축유 조기·추가 구매 등 지원정책을 내세운 데 이어 석유공사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 석유관리원 품질 검사 수수료 2∼3개월 납부 유예를 추가 시행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2014년 정유업계 위기 때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사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당시 에쓰오일(S-OIL)은 조직 개편을 단행해 11개 본부를 8개로, 36개 부문을 25개로 축소했고 임원을 9명 줄였다.
GS칼텍스도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통합하고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하며 본부 조직을 5개로 줄였다. 같은 기간 현대오일뱅크도 직원을 1833명에서 1772명으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