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수익형 부동산 투자처로 꼽히던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사이에 옥석이 갈리고 있다. 좋은 입지에 자리 잡은 지식산업센터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반면 도심 외곽에 있거나 노후한 곳은 공급 과잉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성수동 성수동2가 '성수역 SK 브이원(V1) 타워'. 2016년 분양한 이 지식산업센터는 청약 신청을 받은 지 넉 달 만에 모든 호실이 완판됐다. 4년이 지난 지금도 322실 모두 공실 없이 입주자를 찾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200m도 안 떨어져 있는 데다 인근 상권이 커지면서 중견ㆍ중소기업 입주 수요가 많다.
수요가 늘면서 몸값도 뛰고 있다. 최근 성수역 SK 브이원 타워 사무실 매매 시세는 3.3㎡ 기준 1700만 원대까지 뛰었다. 3.3㎡당 1080만 원이었던 분양가보다 57% 넘게 올랐다. 지난 4년간 서울 주택 가격 상승률(47.4%)도 웃돈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3가 '에이스 하이테크시티3'도 요새 인기가 뜨거운 지식산업센터다. 이 지식산업센터 사무실은 공급면적 200㎡형이 8억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3.3㎡당 1400만 원꼴이다. 에이스 하이테크시티3는 2017년 3.3㎡당 940만~960만 원대에 분양했다. 3년 새 50% 가까이 웃돈이 붙었다.
지식산업센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김성혜 새싹공인중개사 대표는 "지식산업센터가 관리비도 싸고 입지도 좋다 보니 중소ㆍ중견기업이 많이 찾는다"며 "이런 장점 때문에 자기 사옥을 마련하기 전까진 지식산업센터를 떠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불경기엔 특히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늘어난다"며 "성수동엔 강남에서, 영등포엔 여의도에서 넘어오는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지식산업센터 장점이다. 성수동2가 S공인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는 아파트나 오피스텔보다 대출 감독이 심하지 않다"며 "임대료가 낮아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대출 레버리지'(낮은 금리로 대출받아 수익률과 금리 차익을 노리는 행위)로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도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지식산업센터 분양 자격과 전매 제한 등을 완화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지식산업센터가 호시절을 누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성수역 SK 브이원 타워에서 1㎞ 떨어진 A지식산업센터는 2015년 문을 열었다. 시행사는 입지 요건과 주변 개발 호재를 앞세워 분양 마케팅에 나섰다. 하지만 A지식산업센터는 5년째 입주 업체를 한 곳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곳처럼 공사를 마친 후에도 입주업체가 한 곳도 없는 '악성 미분양' 지식산업센터가 전국에 69곳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지하철이 들어오지 않거나 거리가 먼 곳, 지은 지 오래된 곳일수록 공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업계 얘기다. 그나마 임대 수익이 나오던 지식산업센터에서도 교통이 편리한 곳, 지은 지 얼마 안 된 곳으로 입주자가 유출되고 있다.
공급 급증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건축을 승인받은 지식산업센터는 149곳이다. 지식산업센터 제도가 시작된 후 사상 최대치다. 올해도 1분기만 50곳이 건축 승인을 받았다. 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다른 부동산 건설시장이 지지부진한 데다 지식산업센터가 돈이 된다는 평가가 돌자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든 여파다. 특히 시흥시와 파주시, 화성시 등 경기권 중견도시 외곽에서 지식산업센터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지식산업센터가 크게 늘면서 분양 성적이 나빠지고 있다"며 "서울 교통 요지에 있는 곳은 그나마 괜찮지만 교통이 불리한 곳에선 상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교통이 괜찮은지, 배후 수요는 충분한지, 경쟁 지식산업센터ㆍ오피스 빌딩에 비해 임대료는 합리적으로 책정됐는지 고려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