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이름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자 규제가 덜한 법인을 활용해 세금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불과 한 달 새 직전 거래가격보다 6억원이나 비싸게 팔리며 관심을 끌었던 서울 잠실동 '리센츠 22억 원 거래'도 일반적인 개인 간 거래가 아닌, 개인과 법인 간 거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1~2월) 들어 법인이 전국에서 매입한 아파트 건수는 총 799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2374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특히 2월에만 법인이 사들인 아파트만 4800여채다.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월별 최대치다,
아파트 법인 투자가 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이후부터다. 2017년 1만3687건이었던 법인 매수 건수는 2018년 1만8971건, 2019년 2만4009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8·2 대책'부터 지난해 '12·16 대책'까지 대출과 세제, 청약 등을 망라한 정부의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이같은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와 보유세(종합부동산+재산세) 강화 등 다주택자에 대한 지속적인 세금 압박이 이어지자 세금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법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상 개인 기본 양도소득세율은 6~42%(1년 내 매도시 40%)으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인경우 여기에 10~20%포인트가 중과된다. 하지만 법인을 설립한 뒤 주택을 구입하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높이면서 부각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종부세 부과 시 법인 소유 주택은 양도세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주택수 계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시세 20억 원)와 마포구(시세 15억 원)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A씨가 만약 법인을 설립할 경우 올해 보유세 부담은 2871만 원에서 712만 원으로 무려 2000만 원 이상 낮아지게 된다.
그렇다고 법인 투자가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장기 보유 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혜택을 법인은 적용받을 수 없다. 또 법인 투자를 통해 부동산 수익을 얻었을 경우 이를 개인이 바로 가져올 수 없다. 우 팀장은 "법인에서 발생한 수익을 챙기려면 배당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배당소득은 다른 이자소득과 더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인 명의의 매매 거래가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정상적 투기 사례가 드러날 경우 법정부 차원에서 관련 대책을 즉각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