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포스터 케임브리지대 유전학 교수는 전날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발병 수개월 전 인간에게 전염되는 형태로 최종적인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나서 다른 개체를 감염시키지 않고 박쥐나 다른 동물 심지어 인간 몸 속에 잠복했을 수 있다”며 “그런 다음 바이러스는 작년 9월 13일~12월 7일 사이에 사람에게 전염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수학적 네트워크 알고리즘을 사용해 균주를 분석했다. 그들은 여전히 ‘0번째 환자’로 불리는 최초 전파자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지난해 12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감염이 보고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보다 더 남쪽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나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이달 초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코로나19 유형을 총 3가지로 정리한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에서 채취된 대부분의 균주는 동아시아 전역의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균주보다 박쥐 바이러스에 유전적으로 더 가깝다. 유럽에서 나타나는 유형은 동아시아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보인다. 다만 논문은 지난해 12월 말 이후 수집된 160개의 초기 균주를 분석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샘플 규모가 작아 정확히 첫 발병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직 동료들의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 포스터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새로운 연구에서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해 코로나19 기원을 더욱 세밀하게 탐구했다고 SCMP는 설명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Sars-CoV-2는 2013년 중국 과학자들이 남서부 윈난성에서 박쥐로부터 발견한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96% 동일했다. 그러나 윈난성의 바이러스와 Sars-CoV-2 사이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돌연변이가 존재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한 달에 하나의 돌연변이가 나오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숙주 동물과 인간에게 몇 년간 조용히 퍼져서 점차 사람 대 사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케임브리지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가 최근 몇 차례의 돌연변이로 인해 무해한 균주에서 치명적인 병원체로 도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코로나19의 기원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젠 대변인이 지난달 12일 바이러스가 우한을 방문했던 미군에 의해 처음 발병했다는 음모론을 꺼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격분해 ‘차이니스 바이러스’가 여러 차례 언급,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주 폭스뉴스와 CNN은 바이러스가 우한의 생명공학연구실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미국 정부 소식통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포스터 교수는 “이에 답변하라고 한다면 나는 우한보다 더 남쪽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그러나 이를 입증하려면 지난해 9월과 12월 사이에 수집됐던 더 많은 박쥐와 다른 잠재적 숙주동물의 조직 샘플들을 더 많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