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끝나며 그간 진척이 더디던 자동차 업계의 현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큰 틀에서 현안 해결의 필요성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각자 다르고 첨예한 이해관계도 얽혀있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16일 차 업계에 따르면 노ㆍ사ㆍ민ㆍ정 상생형 완성차 공장인 광주형 일자리는 사업 추진 방식에 불만을 느낀 노동계가 지난 2일 협약 파기를 선언하며 혼란을 겪고 있다.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총은 △노동이사제 도입 △현대차 추천 이사 경질 등 애초 협약에 담기지 않은 내용을 요구한 상태다.
대화 가능성은 열려있다. 노동계가 총선이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과 해결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고, 지역 정계도 광주형 일자리 문제 해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광주 지역 8개 지역구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며 당력을 집중할 환경도 마련됐다.
이미 민주당 광주시당은 선거 기간 열린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총선 이후 광주지역 8명 당선자의 최대 지역 현안은 광주형 일자리가 될 것”이라며 해결책을 논의했다. 발표회에서 후보들은 광주형일자리와 관련한 특별법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사업 참여 주체들이 협상력을 발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입장은 다소 엇갈렸다. 시민단체 참여자치21의 조사 결과 윤영덕ㆍ조오섭ㆍ이형석ㆍ이용빈ㆍ민형배 당선인 5명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찬성했다. 다만, 찬성한 5명도 용어 사용이나 구체적인 경영 참여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이병훈 후보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현대차가 발을 뺄 것이고 자동차 관련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 양향자 당선자는 노동계를 평가하는 건 사업 주체의 참여를 더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입장을 유보했다.
이처럼 각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광주형 일자리를 정부와 여당이 주요 성과로 내세우고 있고, 광주 정치권이 원만한 해결에 뜻을 같이하고 있어 대화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설계한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도 서울 관악을에서 당선돼 추후 해법 마련에 힘을 보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사업 주체인 광주시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회의적이고 현대차를 비롯한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어 다수를 만족시킬 해결책 마련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쌍용자동차에 대한 지원책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마힌드라의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하게 된 쌍용차는 향후 3년간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5000억 원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산업은행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지역 정치권도 정당을 초월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총선 개표 결과 쌍용차 본사가 있는 경기도 평택의 두 지역구에서는 홍기원(평택 갑ㆍ민주), 유의동(평택 을ㆍ통합)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두 당선인은 정당이 다르지만, 후보 시절 쌍용차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같은 행보를 걸었다.
홍기원 당선인은 후보 시절 쌍용차 공장을 방문해 노조 관계자에게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또,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쌍용차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협약도 맺었다.
유의동 당선인도 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제가 국회의원으로 있는 한 최악의 상황(부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선 1월에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을 만나 산은 차원의 쌍용차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 정계가 모두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 지원이 이뤄지려면 "대주주의 역할을 정부가 대신한다", "직접적인 주주가 아님에도 세금을 지원한다"는 비판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