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성이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백화점 업계가 남성 소비자에게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4월 들어 13일까지 여성 상품 중심의 일반 명품은 작년보다 3.8% 매출이 늘어 선방한 가운데 남성 명품 장르는 11.1% 올랐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4월 신세계백화점 전체 장르 중 대형가전(32.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 신장률 수치다. 이 외에도 남성 컨템포러리 장르 역시 8.3%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이 13.0% 떨어졌고, 일반 남성 장르 역시 -21.6% 역신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백화점도 4월 들어 15일까지 주 고객층이 남성인 고급 시계 매출이 전년 대비 11% 치솟았다. 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률이 -14.8%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미치는 상황에서 남성 고급 시계 매출은 이례적이다. 현대백화점도 이달 7일까지 전체 매출은 12.6% 떨어졌지만, 명품 매출은 5.3% 올랐다. 이 가운데 명품 시계를 포함한 주얼리 매출은 28.7%나 올라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젊은 층의 기세가 매섭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의 4월 남성 명품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은 30대가 37.8%로 가장 높고, 40대는 29.8%, 50대 14.7%, 20대 11.6% 순이다. 신장률만 놓고 보자면 20대가 53.6%로 가장 높고, 40대가 48.1%로 그다음이다. 30대 역시 22.7%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백화점 업계는 남성 소비자들이 패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매출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남성 의류 브랜드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의 여성캐주얼 매출 비중은 2018년까지 12~13%대에서 지난해 9.6%로 떨어졌다. 반면 남성 의류 매출 비중은 꾸준히 6~7%대를 유지하고 있다. 명품 매출 비중은 2018년까지 10%대에 머물다 지난해 23.3%로 치솟았다.
실제로 ‘분더샵(BOONTHESHOP)’ 등으로 이미 남성 패션 마니아층 사이에서 성지로 꼽히는 신세계는 2016년 강남점 남성 전문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멘즈살롱’을 선보였다. 6층 본·신관과 7층 신관에 총 2000여 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다.
강남점 ‘멘즈살롱’에는 루이비통과 벨루티, 펜디 등 남성 럭셔리 브랜드도 유치했다. 특히 루이비통과 펜디의 남성 단독 매장은 국내 최초다. 지난해 8월에는 강남점 신관 7층에 순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 구성된 편집숍 ‘스타일 컨템포러리 맨(style contemporary men)’도 론칭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지난해 70년 전통의 아이비리그 프레피룩 대명사 ‘간트’의 판권을 획득해 수원컨벤션센터에 오픈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서울권을 중심으로 추가 출점을 준비 중이다. 해외 판권 브랜드 유통망 확장에도 나서 지난해 12월에는 2008년부터 압구정 명품관에서만 선보이던 이탈리아 남성 정장 브랜드 ‘스테파노리치’를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열었다. 롯데 역시 지난해 ‘바버(barbour)’와 ‘APC옴므’, ‘송지오옴므’, 우영미(WOOYOUNGMI)’ 등을 줄줄이 오픈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 등 여가시간이 많아지면서 남성들도 자신의 외모와 패션에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면서 “고급 브랜드 외에도 다양한 남성 관련 분야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