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정비사업장의 총회 개최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간이 곧 돈’인 정비사업에서 사업 지연은 조합원들의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조합들이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일부에선 법안 개정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정비사업법 개정과 관련한 청원서를 받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총회 금지 등 대책에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하나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재산권 보장 또한 중요하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천재지변에 준하는 돌발 변수가 발생할 시 시공사 선정 총회 등이 원만히 개최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에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5조 제2항 후단에 “다만,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발생과 유행 방지 등으로 조합원이 직접 출석하는 것이 어렵다고 시장ㆍ군수 등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직접 참석자에 포함한다”는 내용을 신설, 개정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서면결의서 제출자를 직접 참석자에 포함해달라는 것이다.
또 다른 곳에서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안건)’으로 처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도정법상 총회 의결은 통상 조합원 10% 이상이 참석해야 가능하며 창립총회나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의결하는 총회 의결엔 조합원 2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이를 전자투표 또는 서면결의서로 대체할 수 있게 하거나 직접 참석자 비율을 5% 이하로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이 같은 요구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물론 서울시와 국토부 등에도 전달됐다.
이처럼 조합들이 법 개정 요구에까지 나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다음 달까지 사실상 총회 개최가 금지되면서 조합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정비사업에 대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유예기간을 3개월 연장하는 대신, 각 조합에 5월 하순까지 총회 등의 행사를 미루도록 요청했다. 서울시도 다음 달 18일까지 총회 개최를 금지하며 이를 어길 시 고발뿐 아니라 행정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총회 일정이 미뤄질 경우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비용 등 사업비 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사업 진행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진다. 당장 개포주공1단지, 신반포15차, 둔촌주공, 한남3구역, 갈현1구역 등 다수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장이 총회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신반포15차의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 조합장을 해임하려는 상황이어서 총회 개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정부와 서울시의 제지에 번번이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다. 신반포15차 조합은 17일 야외에서 열기로 했던 총회를 23일로 미뤘으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뿐 아니라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도 정기총회를 개최하지 못하면서 당장 올해 정비사업비나 조합운영비 등의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모든 사업이 올스톱된 상태로, 코로나 감염증 확산 우려에 대해선 공감하나 조합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