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의료용품 수출의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손소독제, 진단키드 수출이 급증한 데 더해 다른 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다만 코로나19를 호재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 부족으로 국내에서 생산을 늘려봐야 팔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3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지난달 손소독제 수출은 604%, 진단키트 수출은 117% 각각 급증했다. 중국산 진단키트의 품질 문제가 제기되면서 한국산이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상황이 진정되면 마스크 수출도 증가가 기대된다.
다만 이 같은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국보건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분기 의약품 등 보건산업 수출액은 44억 달러였는데, 이는 전체 수출액(1313억 달러)의 3.4%에 불과하다. 전체 수출을 견인하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다.
다른 분야에선 수출액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유럽, 미주 등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에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이 급격히 위축됐지만, 그만큼 수요도 줄어서다.
일례로 자동차 산업은 세계 공장의 약 70%가 문을 닫았지만, 그 자리를 국산차가 대체하진 못하고 있다. 지난달 판매량이 이탈리아에서 85.4%, 프랑스 72.2%, 스페인 69.3%, 미국에선 37.0% 각각 급감하는 등 수요도 함께 줄었기 때문이다. 발병지인 중국도 같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중국 공장들은 3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가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KIEP는 중국 내 소비 둔화와 글로벌 수요 감소로 중국의 생산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산업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쪽도 있겠으나, 그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수요가 부족해 만들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인데,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못 만드는 걸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발표한 ‘주요 경제위기와 현재 위기의 차이점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세계무역에 미치는 충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세계교역 증가율이 약 6%포인트(P)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과거 경제위기에서 각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위기에서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글로벌 수요가 회복돼도 우리 수출은 반등이 어렵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9시(한국시간) 기준 국외 코로나19 확진자는 178만8348명, 사망자는 11만2883명으로 집계됐다. 발병지인 중국은 확진 8만2160명, 사망 3341명으로 확산세가 정체됐지만, 미국(확진 55만4226명, 사망 2만1994명), 스페인(확진 16만6019명, 사망 1만6972명). 이탈리아(확진 15만6363명, 사망 1만9899명) 등 미주·유럽 지역에선 여전히 확진·사망자 증가세가 가파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