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덕은지구에서 공급될 아파트 두 곳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5개월 전에 분양한 같은 지구 내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3.3㎡당 700만원가량 높게 책정된 데다 서울이나 과천보다도 비싸게 매겨졌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덕은지구는 공공택지지구가 아닌 도시개발사업지구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청약을 기다렸던 수요자들은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양시청은 이달 말 덕은지구에서 분양하는 'DMC리버파크자이'(A4블록)와 'DMC리버포레자이'(A7블록)의 분양가를 3.3㎡당 평균 2583만 원과 2630만 원에 각각 분양승인했다.
이는 지난해 7월과 11월 덕은지구에서 3.3㎡당 평균 1800만~1900만 원대에 공급한 ‘덕은대방노블랜드’(A5블록)와 ‘덕은중흥S클래스’(A2블록)의 분양가보다 3.3㎡당 700만~800만 원 높은 금액이다. 결국 같은 지구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도 1년도 채 되지 않아 분양가가 45% 가까이 뛴 셈이다.
또 이번 분양가는 '준강남'으로 불리는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지난달 분양한 '과천제이드자이' 공급가( 3.3㎡당 2240만원·발코니 확장 비용 포함)를 웃돈다. 심지어 민간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로 이달 분양 예정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 '호반써밋목동'(3.3㎡당 2488만 원)보다도 비싸다.
고분양가 논란은 덕은지구가 공공택지지구가 아닌 도시개발사업지구라는 점에서 비롯됐다. 도시개발사업지구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된다. 시행사가 높은 가격에 사들인 만큼 분양가도 덩달아 높게 책정된 것이라는 업계의 설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사가 땅을 비싸게 매입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라도 주변 시세와 무관하게 분양가 책정이 가능하다”며 “땅값을 높이면 분양가를 얼마든 높일 수 있다는 상한제의 맹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덕은지구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예비 청약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덕은지구 분양아파트에 청약할 계획이었던 A씨는 "앞서 공급된 단지들과 분양가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가격이 이렇게 비싸면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고분양가의 피해가 고스란히 예비 청약자들에 전가되는 동시에 이 일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집값 안정을 꾀하고 있는 정부의 목표와 배치되는 대목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청약 열기가 뜨거운 상황에서 높게 매겨진 분양가가 시세로 굳어지게 될 경우 이 지역 일대 집값을 덩달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분양가를 결정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고무줄 잣대가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까지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