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제주도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국 최대 수준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마르면서 실거래도 멈춰 섰다. 제주는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꼽히지만, 그 여파로 국내외 유입객이 줄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제주‧서귀포 지역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3월 30일 기준 전주 대비 0.12% 내려갔다.
이 기간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0.11%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전(0.20%)과 세종(0.24%) 등 다른 지역들도 대부분 상승이나 보합세를 보이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06% 올랐다.
제주의 아파트값 하락세는 이전부터 이어져 온 현상이다.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낙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 6일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9 떨어지며 출발했다. 이어 2주 연속 –0.13%, -0.11%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마이너스 기조는 2월과 3월에도 계속됐다.
2월 말 한 차례 보합을 나타낸 게 가장 선방한 수치다. 이에 올 1분기(1~3월) 제주지역 아파트 매매값은 전년 동기보다 2.6% 하락했다.
거래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달 말 제주의 매수우위지수는 50.0에 그쳤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로 100 초과 시 매수자가 많음을, 100 미만은 매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올 1분기 제주의 매수우위지수는 20~30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훨씬 많다는 뜻이지만, 이마저도 실제 내놓는 매물은 많지 않아 거래가 미미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전세가격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말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3% 상승했지만, 제주는 0.01% 오르는 데 그쳤다. 올 들어 보합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의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25%를 기록했다. 이 역시 전국 최대 낙폭으로 제주시가 0.24, 서귀포가 0.28 각각 떨어진 데 기인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은 0.54, 수도권은 0.93 올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간접적인 영향을 지목하고 있다. 전국에서 확진자가 가장 적은 청정지역인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작지만, 관광객이 줄면서 투자 수요가 한층 더 꺾인 게 원인이란 분석이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해외 유입객의 급감은 제주지역 부동산 하락세에 무게를 더했다.
김균표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팀 차장은 “제주의 아파트값은 2015~2016년 많이 올랐었다”며 당시 중국의 수요가 있었고, 매스컴 노출로 인한 선호도 상승과 새로 이주하는 수요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이후 상승폭에 대한 피로도로 조금씩 하락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기반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며 “1월부터 거래 자체가 거의 없이 한산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워낙 제한적인 공간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코로나가 지나가도 투자 수요가 살아나려면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