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으로 치닫던 이커머스 업계에 흑자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함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의 흑자 전환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티몬은 3월 실적을 집계해 결산한 결과 1억 6000만 원의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고 2일 밝혔다. 월단위로 영업이익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쿠팡과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로 이커머스 시장에 발을 디딘 유통 기업 중 최초다. 10년째 적자 상황인 업계 현황에서 유일한 성과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특히 티몬은 3월 흑자가 일시적 비용을 줄여서 만든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향후 분기, 연 단위로도 지속 가능하도록 설계된 건전한 실적개선이라서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티몬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급격한 손실개선을 이뤄왔고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어 2, 3분기 흑자를 넘어서 연간 흑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티몬은 올해 4~5월 쯤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지난해 1분기 90억 원 적자였던 EBIT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3분기 마이너스 47억 원으로 줄었다. 4분기 역시 마이너스 20억 원 수준으로 축소하며 차근차근 실적 개선을 이뤄왔다. 2분기 흑자를 예상했던 근거는 3월 신학기 노트북과 PC 등 가전 수요와 계절 변화에 따른 의류 판매가 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들어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라 흑자 전환 시기가 3월로 앞당겨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와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폭은 전년 동기 대비 34.3% 치솟으며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쇼핑 매출 비중도 49%를 차지, 오프라인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IPO 준비를 시작했다”면서 “흑자전환이 일회성에서 끝나지 않고 분기 또는 연간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구조를 강화하고, 월 흑자 100억 원이 지속해서 날 수 있는 기업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이커머스 시장은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과도하게 덩치를 키우거나, 무리하게 영업비를 투입해 제 살 깎아먹기를 하는 등 극단적인 경영 전략 속에서 버티는 자가 승자가 될 것이라는 승자독식 구조 전망이 대세였다. 비슷한 상품을 팔아 낮은 가격에 파는 곳으로 소비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일페이(이베이코리아)와 SSG페이, 쿠팡페이 등을 도입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사업 전문 분야를 키워 차별화하는 전략이 역력하다. 증시 상장이나 매각 시도 등을 목표로 재무 건정성을 키워야 하는 이유도 있다.
쿠팡이 최근 2년 간 총 4번에 걸쳐 1조4000억 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도 ‘로켓배송’ 확대 이외에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둔 재무구조 개선 조치로 평가된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지원만을 마냥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여기에 최근 핀테크 사업부문을 분할한 것 역시 쿠팡페이를 통해 추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 이커머스의 대표 흑자 기업은 최근 매각설이 불거진 이베이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8년까지 1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며 영업이익도 무난히 플러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파크도 2011년부터 9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장수 흑자 기업이다. 특히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 출혈경쟁 상황에서 강점이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투어, 티켓 등에 집중하면서 리스크를 줄였다. 특히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8% 성장했다.
11번가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SK텔레콤의 영업실적을 통해 공개된 11번가의 4분기 실적은 매출액 1517억 원, 영업손실 36억 원이다. 그러나 4분기 적자에도 불구 11번가는 지난해 연간 기준 1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08년 사업을 시작한 11번가가 연간 흑자를 달성한 것은 2011년 이후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