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은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3분의 2룰' 정관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대한항공은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방식을 특별 결의에서 보통 결의로 바꾸는 정관 변경의 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대한항공은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의안을 통과시켜려면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상당수 기업들이 이사 선임ㆍ해임안을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문턱이 높다.
앞서 대한항공은 1999년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에서 특별결의사항으로 변경했다.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행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20년 전의 조치가 지난해 3월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자의 3분의 2(66.7%)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했지만, 2.5% 가량이 부족해 예상치도 못했던 '재선임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주총에서 이 같은 불상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올해 주총에서 미리 정관을 변경한 것이다.
또 이 날 주총에서는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또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과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박현주 SC제일은행 고문 등 3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게 됐다.
아울러 이사보수한도를 전년과 같은 50억원으로 동결하는 안도 원안대로 승인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서면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수요 감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상의 안전운항 체계를 상시 유지하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에 시작한 대한항공 주총은 모든 안건이 만장일치로 원안대로 통과하며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주간 좌석 배치에 간격을 뒀으며, 취재진의 주총장 출입을 제한해 주주 100여명만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