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쇼핑에만 익숙할 것으로 여겨졌던 5060 소비자가 이커머스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 구매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니어층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외출을 꺼리면서 이커머스에 눈을 뜬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커머스에서 중장년층 회원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G마켓의 한 달간(2월 21일~3월 22일) 50대 이상의 생필품 구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84% 치솟았고, 바디/헤어 용품 구입은 72% 증가했다. 식품류 매출은 66% 늘었고, 패션 의류 역시 7% 뛰었다.
티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3일까지 50대 이상 고객의 라면·컵라면 매출은 8.8배 늘었고, 볶음밥·죽·간편식도 1.6배 증가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구입도 각각 4.6배, 2배 치솟았고, 채소와 쌀 매출도 각각 2.1배, 1.2배 올랐다. 건강즙과 비타민 판매는 1.8배, 2배 상승했다.
마켓컬리도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2일까지 50대 이상 마켓컬리 신규 가입 회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고, 같은기간 50대 이상 회원 주문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Untact) 소비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언택트는 유통가에서 무인점포나 키오스크 등 자동화 기술이 확산되면서 서서히 커지고 있었는데, 감염 우려에 소비자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생필품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특히 노년층은 감염에 취약한 반면 가사 노동 비중이 높다 보니 외출을 자제하는 와중에 생필품을 구매하려면 온라인 소비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장년층이 이커머스에 익숙해지면서 코로나19가 온라인 업체의 본격적인 성장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통업계의 슈퍼스타 쿠팡을 탄생시켰다면, 코로나19는 전 세대를 온라인 쇼핑에 끌어들이며 빠르게 덩치를 불릴 것이란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월부터 3월 초까지 50대 이상의 온라인 구매 증가율은 생필품과 생활용품, 식품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 세대는 온라인 구매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이라며 “(시니어층의) 온라인 구매 증가는 당연히 예상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이를 훨씬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온라인 사업 강화에 돌입하고 있다. 신세계·이마트는 배달대행업체 ‘부릉’에 대한 지분 투자 검토에 이어 로젠택배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SSG닷컴의 배달서비스 강화 차원이다. 롯데쇼핑은 내달 말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을 정식 론칭한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0.9% 줄었지만, 온라인 유통업체는 14.2% 늘었다. 점유율 역시 2015년 전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29.8%에 불과했지만, 2016년 31.8%, 2017년 34.9%, 2018년 38.8%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41.2%로 꾸준히 오름세다. 올해 1월에는 0.8%p(포인트) 커진 42.0%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에 돌입한 2월부터 3월까지 온라인 비중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