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 반등이 예상됐던 조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목이 잡혔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으로 선주들이 선박 주문을 미루면서, 올해 1분기 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은 작년보다 반토막 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조선사들은 당분간 수주 가뭄에 시달릴 전망이다.
25일 신영증권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달 3째 주 누적 기준 전 세계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량은 80척으로, 전년(161척)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1분기 수주량은 지난해(196척)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조선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둡지 않았다.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선박 발주량은 3850만CGT로, 작년(2529만CGT)보다 약 34% 성장한다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에서 조선업에 대해 “지난해보다 신규 수주, 건조 단가 및 수출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해상 물동량 감소로 해운 운임이 급감하자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미루기 때문이다.
해운 업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벌크 화물 운임지수(BDI)는 지난달 10일 411까지 하락하며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계속된 악재로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까지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누적 수주액은 14억9000만 달러(약 1조9000억 원)로 연간 목표액의 4.7%에 불과하다. 세 업체 중 연간 수주 목표액의 5% 이상을 기록한 곳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유일하다.
조선업계는 카타르, 모잠비크, 러시아 등에서 진행될 예정인 LNG 프로젝트를 통해 부진을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3가지 프로젝트에서 발주되는 LNG선만 100선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경쟁국인 중국보다 LNG선 분야에서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라19가 유럽,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로 확산되는 만큼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될지 미지수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로 다른 선박 시장이 침체됐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이 작년보다 많은 수주액을 달성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