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시험을 받고 있는 자사의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칼레트라(Kaletra)’ 특허를 포기했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유엔 지원을 받는 비영리기구인 의약품특허풀(Medicines Patent Pool)은 애브비가 더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칼레트라 특허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FT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애브비는 지난주 이스라엘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칼레트라에 대해 특허 ‘강제실시Compulsory Licence)’ 조치를 취하자 아예 특허를 포기했다. 강제실시는 정부가 국가비상사태 등 긴급한 상황에서 특허 보유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막대한 개발 자금이 들어간 약품에 들어간 특허를 포기하는 것은 거의 세계 최초라며 애브비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절실한 상황이어서 스스로 대박 기회를 포기했다고 FT는 높게 평가했다. 칼레트라는 원래 적어도 2026년까지는 특허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비정부기구 메디슨로&폴리시의 엘런 호엔 소장은 “애브비의 선택은 정말로 흔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다”고 칭찬했다.
칼레트라는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라는 두 가지 항바이러스제의 조합으로, HIV 치료에 쓰인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이 치료제가 코로나19에 쓰일 가능성에 주목,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포함된다.
미국 의료 전문매체 스탯뉴스(Stat News)에 따르면 애브비는 지난주부터 이스라엘에 칼레트라의 복제약 버전 구입을 허가했다. 애브비는 이미 지난 1월 중국 보건당국에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용도로 칼레트라를 기부했다.
다만 지난주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게재된 중국 임상시험 관련 논문은 칼레트라가 질병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 논문은 첫 증상이 나타난 이후 12일 이내 약물을 투입하면 사망률이 15%로, 전체 사망률 27%보다 크게 낮고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병행하면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일말의 희망을 남겼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과학자들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인 렘데시비르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병원들은 또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