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증시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만연했던 시장이 정책 효과 등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부터 도입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개별 종목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극도의 공포심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안전자산, 위험자산 모두 하락, 급락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공포가 수요ㆍ공급 충격에 대한 불확실성을, 유가 급락의 30달러 위협은 크레딧 리스크를 높였다. 여기에 WHO의 코로나19 글로벌 펜데믹(대유행) 선언은 우려했던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공포를 증폭시켰다.
물론 연준을 필두로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리인하, 유동성 공급, 양적완화 확대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정책, 재정확대 정책이 지속ㆍ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안감만을 반영하고 있다. 심리적 공포,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글로벌 정책 대응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돌아서기 위해서는 통화정책ㆍ재정정책의 힘이 공포를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CNN에서 제공하는 Fear & Greed Index는 2p로 지수 최저치이자 극단의 공포심리를 보여주는 0에 수렴하고 있다. Fear & Greed Index를 구성하는 세부지표 7개 모두 Extreme Fear에 위치해 있다. CITI에서 제공하는 Macro Risk Index는 0.978(최대치 1)로 2008년(금융위기), 2011년(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5년(유럽 재정위기)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VIX도 75%로 급등,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금융시장이 극도의 공포심리에 눌려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머지않은 시점에 공포심리가 정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정책의 힘과 무게는 커지고, 무거워지고 있다. 반면, 공포의 힘과 무게는 더 이상 올라가기 어려운 최대치까지 올라와 있다. 정책의 무게와 공포의 무게가 역전되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한편 이번주 중국, 미국의 2월 소매판매, 산업생산과 미국 3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지수, 독일 3월 ZEW 서베이 예상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2월 실물지표는 마이너스 성장(소매판매 -1.7%, 산업생산 -3%)이 예상된다. 2월초부터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수 정체와 함께 경제활동이 재개되었다. 컨센서스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받아든다면 중국에서 시작된 1차 코로나19 공포는 완화될 전망이다.
미국 소매판매,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플러스 성장을 예상하며, 예상에 부합할 경우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은 완화될 것이다. 미국, 독일 3월 심리지표는 전월대비 크게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하는 쇼크 수준만 아니라면 시장에 가하는 충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글로벌 증시는 이미 경기침체를 일정부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금융위원회가 6개월간(3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단기적으로 특정종목의 상환 매수가 기대되는 만큼, 이번 조치는 지수보다는 개별종목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매도 금지를 지수하락 리스크 제거가 아닌, 현재 공매도 잔고가 높은 특정 개별종목에 국한한 단기 호재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3월 11일부터 도입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강화(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 기준강화 + 공매도 금지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금액은 증가했다. 지난 13일 코스피 기준 공매도 금액은 약 9910억 원으로, 2008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강화된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 이후 평균 공매도 금액은 코스피와 코스닥 각각 약 8422억 원과1977억 원으로, 올해 평균치인 약 4700억 원 및 1495억 원을 크게 상회하면서, 강화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는 단기적으로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3월 11일 기준(공매도 잔고는 T+2일 결제분 기준으로 집계)으로 공매도 잔고금액은 코스피와 코스닥 각각 약 9조9000억 원 및 3조5000억 원이다. 이는 각 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약 0.8% 및 1.6%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시장 반등 조짐으로 인해 상환 매수 물량이 집중될 경우, 코스닥의 반등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지수레벨의 상승을 유도할지는 의문이다. 과거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지수는 숏커버로 예상되는 소폭의 상승이 관찰되지만, 그 이후로는 횡보 또는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선물ㆍ옵션을 통해서 시장하락에 베팅할 수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은 외국인들의 강한 선물 매도세는 베이시스 약세를 야기시켜 기관(금융투자)의 현물매도세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유동성공급자의 헤지거래 목적의 호가는 공매도가 금지되더라도 예외적으로 공매도 호가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매도 금지를 지수하락 리스크 제거로 여기기보다는 공매도 잔고가 시총대비 높게 형성되어 있는 특정 개별종목에 국한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각국 국민들은 요즘 마스크와 함께 생필품 구하기 위해 마트나 약국 앞에 줄을 서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코로나 19라는 질병이 확산되자 공포에 휩싸였으며, 남보다 우리, 우리 보다 나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 기침하는 이들만 봐도 두려워하며 옆에 가기를 꺼려 하며, 이러한 행동이 결국 집단으로 모이는 곳을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질병은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것을 변화 시킨다. 사람, 환경, 과학, 경제 등에 대한 논쟁이 격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광범위하고 대부분의 종목이 조정을 받게 되며 실적 개선이 뚜렷한 우량한 종목들도 공포와 그에 대한 충격으로 동반 하락하게 된다.
이번 코로나 19는 과거 대규모 질병 사례 보다 더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중국이 우한 지역을 폐쇄했고,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도 전국적으로 이동 금지를 발표하는 등 소통 부재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 공포심리는 더욱 격화 되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결국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는 해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류는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 등 어떤 고난도 극복해 왔기 때문이다. 당장은 코로나 19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치료제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통제되지 못하고 있는 코로나 19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도, 그렇다고 부정적인 전망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럴 때 장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과거 전쟁과 질병을 극복하며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이어져 왔고, 새로운 행태의 사회, 문화가 또 다른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 향후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온 제약, 바이오 업종의 기술 개발 속도 및 M&A,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그에 따른 IT 업종의 새로운 움직임, 소매 유통 업계의 온라인 강화, 환경 개선 및 공중 보건 확대, 필연적으로 수반될 저성장 국면 등에 더 주목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그동안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던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회사채 문제, 남유럽 재정 문제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개연성은 높다.
그렇지만 이제는 장기적인 사고 속에 이번 코로나 19로 인한 기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