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행기를 세워둘 곳이 없는 이른바 '주기 대란'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쌓여만 가는 주기료가 항공사의 목을 죄고 있다.
특히 10대 중 9대 꼴로 비행기가 멈춰버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감당해야 하는 주기료는 하루에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로나19 관련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제한) 국가가 119개로 늘어나면서 LCC 6곳의 비행기들이 90% 이상 멈춰섰다.
최근 일본 하늘길까지 막히며 사실상 100% 가까이 비행기 운항을 중단한 LCC들은 텅텅 빈 비행기를 국내 노선에 몇 차례 띄우고 있을 뿐이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LCC들이 보유한 항공기는 총 157대로 이 중 140~145대 가량이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된 셈이다.
갈 곳 잃은 비행기들은 세워둘 곳이 없거나, 주기공간을 확보했어도 주기료에 또 한번 몸살을 앓고 있다.
LCC 대부분이 소형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떄, 인천공항 기준 멈춰선 140대가 하루종일 주기하고 치러야 할 대가는 5000만원에 육박한다.
인천국제공항은 30분 단위로 주기료를 부과하는데, 비행기를 24시간동안 주기장에 세워둔다고 가정할 때 소형기의 경우 약 32만원, 대형기는 약 157만원의 주기료를 내야 한다.
인천공항은 1ㆍ2여객터미널에 항공기 163대를 세워놓을 수 있는 주기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포화상태다. 별도로 운영되는 다목적 공간을 주기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모자라 제2화물터미널 인근의 D5 유도로까지 주기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항공사들은 지방공항으로 비행기 주기 장소를 이동시키고 있지만 지방공항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
김포국제공항 주기장(89대)은 이미 꽉 찼으며, 그 외 지방공항들은 제대로 주기장을 갖추지 못한 곳들도 많아 일반 항공기들이 오랜기간 정류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김포공항 등 지방공항의 주기료가 인천공항 대비 3분의 1 가량 저렴해 LCC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비행기를 세워둘 경우 드는 비용이 주기료가 다가 아니다. 대부분 비행기를 임차해 운용하고 있는 국적사들은 띄우지도 못하는 비행기에 대해서도 임차료를 꼬박꼬박 내야하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LCC를 비롯한 항공업계는 "항공기 재산세와 항공유 수입 관세 등 각종 세금 감면은 물론, 하루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주기료도 당장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최대 3개월간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유예' 등을 포함한 긴급지원대책은 실효성이 없으며, 유예보단 감면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다할 답변을 여전히 주지 못하고 있으며, 업계의 추가 요청사항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만 했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아직까지도 없다"면서 "항공사들이 정부에 제안한 여러 정책들이 빨리 시행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