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이틀째 11원대 급등세를 보였다. 종가도 1200원대로 올라서 이달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소위 팬데믹(pandemic) 우려로 대내외 금융시장이 급격히 안전자산으로 쏠렸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4% 넘게 폭락해 2000선을 내줬고, 외국인도 코스피 시장에서 1조3000억원 가량 대량 매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안전자산인 엔화는 강세를 보인 반면, 위안화 등 아시아통화는 약세를 보였다.
고점에서는 네고(달러매도) 물량도 나왔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이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초반 외환당국 관계자는 “단기간내 환율 쏠림이 과도하다”고 언급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크게 확산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확산하고 있는데다, 이같은 확산세가 경제지표에도 좋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원·달러는 전고점은 1220원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12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결정회의도 있는 만큼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환율 변동성을 키울수 있다고 봤다.
1192.9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191.7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중 변동폭은 15.5원으로 7개월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던 2일(15.8원) 이후 가장 컸다.
역외환율은 하락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88.5/1188.9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3.5원 내렸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나스닥 선물이 5% 가까이 급락하면서 장초반부터 코스피가 폭락해 2000선을 반납했다. 엔화도 장중 101엔대가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안전자산선호를 보였다. 반면, 네고물량과 함께 외환당국도 구두개입에 이어 스무딩(미세조정)성 개입이 계속 있었던 듯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원·달러는 더 오를 것 같은 분위기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판 누적 매도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원·달러는 전고점인 1220원을 시도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이례적으로 큰 변동성을 보이며 원·달러가 많이 올랐다. 위험회피 심리가 극심하게 부각된 것 같다. 주말사이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팬데믹 공포가 확산한데다, 경제지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미국채 금리가 하락했고, 아시아 통화도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도 위안화에 연동돼 상승했다. 반면 달러·엔은 오전 10시부터 11시경 101엔대로 급작스레 빠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1조3000억원어치를 판 것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주는 코로나19 이슈에 집중할 것 같다. 다만 상단도 확인한데다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구도개입도 나왔다는 점에서 원·달러는 120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할 것 같다. 12일밤 ECB회의가 예정돼 있다. 경기부양 뉴스가 나온다면 환율 변동성을 키울 듯 하다”고 예측했다.
오후 3시40분 현재 달러·엔은 2.68엔(2.54%) 급락한 102.67엔을, 유로·달러는 0.0110달러(0.97%)오른 1.1400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207위안(0.29%) 상승한 6.949위안을 기록중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85.45포인트(4.19%) 폭락한 1954.77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8년 10월11일 98.94포인트(4.44%) 급락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또 지난달 28일(1987.01) 이후 2000선을 내준 것이며, 작년 8월29일 1933.41 이후 7개월만에 최저치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1조3121억86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외인이 1조원 넘게 순매도한 적은 2011년 8월10일 1조2759억4100만원어치 순매도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