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4일 새벽 폭발사고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주위 건물들이 큰 피해를 봤다. 공장 재가동까지 6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59분께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납사 크래킹 센터(NCC) 컴프레셔 하우스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큰불이 났다.
롯데케미칼은 오후 5시 기준 총 41명(직원 4명, 인근사 직원 3명, 주민 34명 병원 방문)의 인명피해가 있고, 이중 중상자는 2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없다.
이날 롯데케미칼 폭발 사고로 지진이 일어난 듯한 큰 진동과 함께 인근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리거나 창문이 깨지는 등 시설물 다수가 훼손됐다.
공장 인근 원룸과 식당 등 건물도 큰 피해를 봤다. 창문이 모조리 깨지거나 편의점 담배 진열대가 폭삭 내려앉기도 했다. 공장 진입로 주변에는 유리 파편이 여기저기 떨어졌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는 "오늘 새벽에 발생한 충남 서산의 대산공장 사고와 관련해 부상과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지역 사회가 조속히 회복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최우선으로 마련하겠다"고 사과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화재는 에틸렌, 프로필렌 제조를 위한 납사분해공정 중 압축공정에서 발생했다.
누출된 유해화학물질은 없다.
롯데케미칼은 압축공정 지역에서 가스가 새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상세원인은 파악하고 있다.
설비피해, NCC 컴프레셔 하우스 파손 (방재실, 창고, 일부 건물 외벽, 창문 등) 등 손실 규모는 현장 확인 후, 설비 파손 정도 등을 파악 후 산정한다.
정확한 규모는 공시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
대산공장에서는 현재 NC(나프타크래커센터), BTX(벤젠/톨루엔/자일렌), BD(부타디엔) 등 9개 공장 가동정지 상태다. EOA(산화에틸렌유도체), EG(에틸렌글리콜) 등 4개 공장은 정상가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장이 재가동하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한다.
석유화학 공장의 경우 대규모 장치를 위주로 운영되는 특성상 한 번 사고가 나면 재가동하는 데까지 최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정기적으로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는 보수 과정만 해도 2주에서 2개월 정도 걸린다. 사고 원인 파악과 망가진 설비를 다시 만들고 구축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시간은 훨씬 더 많이 걸릴 전망이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COVID-19에 따른 수요 침체, 신규 증설 그리고 미국의 중국향 PE 및 EG 관세 철폐 가능성 모두 당분간 시황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올해 롯데케미칼의 컨센서스 영업이익은 4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납사 크래킹 센터(NCC) 공장 압축라인 일부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압축설비는 NCC의 가장 핵심적인 설비로, 해당 설비 폭발 사고가 맞다면 장기간 공장 가동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원인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원인 파악이 우선"이라며 "최대한 빨리 재가동을 하면 좋지만, 그 전에 현장 수습이 먼저"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생산 중단에 따른 피해, 설비 재구축 비용, 원료 소실 비용, 피해 보상금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생산중단' 공시를 통해 대산공장 화재로 NCC를 중단한다며 해당 분야의 매출액을 3조3000억 원이라고 공개했다. 매출액의 21.8%에 달하는 수준이다. 다만, 이는 연간 기준으로 향후 생산재개 시점에 따라 손실액은 가변적이다.
한편, 화학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에틸렌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외에서 연간 450만 톤(t)의 에틸렌을 생산한다. 이중 대산공장 생산량은 약 24.4%를 차지한다.
이번 화재 사고와 그 여파로 최근 급락하는 에틸렌 가격이 멈출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틸렌 가격은 2018년 톤당 1300달러대에서 최근 톤당 600달러대까지 반 토막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