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사명 변경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그룹에서도 GS건설이 새로운 사명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장 동력 확보에 사활을 건 기업들이 '확장성'을 내세우며 혁신을 가속하는 모양새다.
5일 이투데이가 법원 등기소를 통해 SK그룹과 GS그룹 계열사들의 임시등기 현황을 파악한 결과 SK그룹에서는 SK E&S와 SK건설, SK루브리컨츠,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인천석유화학 등이, GS그룹에서는 GS건설이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9개의 신규 사명들을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 SK, 계열사 6곳 임시등기 개설…'딥체인지' 발판 마련 = 이중 임시등기를 가장 먼저 개설한 곳은 SK건설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여러 후보군 중에 고민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일정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SK E&S의 경우 등록한 상호가 8개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2월 4일 △SK넥스트림 △SK뉴엔 △SK앤서 △SK엔솔브 등 4개를 등록한 뒤 13일에는 △SK엔포트 △SK컨티뉴 △SK퓨로 △SK프로브 등을 추가로 등록했다. 열흘 후에는 SK센트라라는 상호도 하나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SK E&S가 뒤늦은 시점에 이 사명 하나만을 올렸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SK E&S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내부적으로 사명 후보 안들을 검토 중"이라며 "추가로 새로운 후보 사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 E&S는 도시가스 사업 지주회사로 출범한 뒤 전력,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SK그룹 사명변경의 '이정표' 격인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계열사 4곳들도 지난달 24일 한꺼번에 임시등기를 개설했다.
SK루브리컨츠는 △SK커넥티브 △SK퍼스트웨이브 △SK넥스트모션, SK에너지는 △SK엔무브 △SK웨이즈 △SK프로니어 등을 두고 사명 변경을 고심하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를 신성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SK종합화학은 △SK엔스파이어 △SK엘리멘탈 △SK컨버전트를 올렸고, SK인천석유화학은 △SK휴모스트 △SK에코러스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내부에서 계열사별로 글로벌한 가치를 더 명확하게 담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와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경영 환경이 안 좋아 시점은 상당 기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명 변경에는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의 의중이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기존 사명의 한계를 지적해왔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특정 업종에 얽매인 이름으로는 ‘딥 체인지’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미래 산업 생태계를 보면 통신 기업이 콘텐츠 사업을 하고 화학 기업이 배터리를 만드는 등 한 업종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기존 사명으로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임직원과의 행복토크에서 "과거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며 사명 변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신사업을 많이 하다 보니 변화에 앞서 준비를 하는 차원"이라며 "여러 안 중의 하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GS그룹 차원에서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사장은 지난해 신사업추진실장으로서 스마트팜 사업 진출을 진두지휘했다.
신사업부문 사장으로 승진한 직후 인도 태양광발전소 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 모듈러 업체 3곳을 동시에 인수하며 글로벌 주택건축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