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동산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값은 22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새 아파트는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하며 미달 사태를 낳고 있다. 외지인들이 몰려들며 투자 열풍이 불었던 몇 년 전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1일 한국감정원의 주택청약시스템 청약홈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 센트레빌’ 아파트는 지난달 25~26일 1, 2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총 202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45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전용면적 78㎡형을 제외한 59㎡(9가구 미달), 84.91㎡(33가구), 84.97㎡(17가구) 등 대부분의 주택형이 가구수를 채우지 못한 채 미달로 청약을 마무리했다.
제주지역은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은퇴한 노년층, 자녀의 국제학교 입학을 위한 서울 강남권 거주자의 이동 등으로 한때 거센 투자 열풍이 불었다. 2009년 이후부턴 제주에서 서울로 전입한 인구보다 서울에서 제주로의 전입인구가 더 많았다. 2015년 서울에서 제주의 인구 순이동(전입-전출)은 4083명에 달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2016년 3831명으로 줄어든 순이동은 2017년 3195명, 2018년 2109명으로 계속 감소했다. 지난해엔 제주에서 서울로의 순이동이 오히려 더 많았다. 10년 만에 탈(脫)서울보다 탈(脫)제주가 많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한 한한령(중국 내 한류 제한령)을 비롯해 급격히 상승한 부동산 가격 등 부정적인 요인들이 겹겹이 쌓인 영향이 컸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택시장에 그대로 옮겨붙었다. 2015년 연간 최고 13.78%까지 상승했던 제주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3.66% 하락했다. 제주 아파트값 하락세는 전달까지 2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최고 8억3000만 원까지 거래됐던 제주 노형동 노형e편한세상 전용 125㎡형은 올들어 6억5000만 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같은 지역 중흥에스클래스 전용 120㎡형은 지난달 5억4500만 원에 팔렸다. 지난해 가격이 6억 원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약 6000만 원 빠졌다.
제주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목적으로 제주 부동산을 매입하는 외지인들이 급감하고 있는데 제주에 터를 잡으려는 인구마저 줄어들고 있어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제주는 관광산업이 주력인 곳인 만큼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일자리 감소로 인한 인구 유입 감소가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제주2공항 건설 등의 호재는 아직 남아 있지만 이는 아파트보다는 토지시장에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