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전파 경로가 오리무중이다. 방역당국은 대구 신천지교회(신천지예수교회 다대오지성전)와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의 발병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을 근거로 두 집단이 동일한 감염원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할 뿐 어떤 집단에서 먼저 감염이 발생했는지, 감염원이 누구인지 등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확인된 코로나19 확진환자 763명 중 456명(59.8%)은 대구 신천지교회 교인이거나 그 접촉자다. 청도 대남병원 관련 환자도 113명(14.8%)에 달한다.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도 161명(21.1%)이나 되지만, 상당수는 대구 신천지교회 또는 청도 대남병원 환자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인 대구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경북은 청도의 대남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하고 있으며, 추가 발생사례 또한 주로 대구 신천지교회 사례 등과 관련해 확진자의 가족이나 근무하는 집단시설, 의료기관 등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병 시기로만 보면 대구 신천지교회(7~10일)에서 먼저 감염이 발생하고, 이후 청도 대남병원(15일 내외)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 본부장은 “교인이 병원을 방문했을 수도 있고, 종사자 중에도 교인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장례식이 연결고리가 됐을 수도 있다”며 “다양한 가설을 놓고 하나하나 배제하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대남교회로 전파 경로가 확인된다고 해도 대구 신천지교회 내 감염 경로는 숙제로 남는다. 초기에는 교회 내 첫 확진환자인 31번 환자(61·여)가 감염원으로 지목됐으나, 코로나19 확산 후 교회 환자 중 5~6명의 증상 발현 시기가 31번 환자와 겹치는 것이 확인됐다. 따라서 31번 환자와 다른 5~6명의 교회 내 환자가 같은 감염원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말 청도병원에서 진행된 이만희 신천지 교주의 형 장례식에 감염원이 해외로부터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 본부장은 “장례식장 참석자 명단이 있지는 않지만, 조의금 등을 낸 명단, 신도 중 참석자 명단들을 파악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은 중국인이나 우한에 다녀온 분들에 대한 조사까지는 진행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가 더딘 것은 우리도 답답하긴 하지만 하나하나 지금 데이터베이스를 비교하고, 또 필요하면 검체검사 같은 것을 진행하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신속하게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