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정서에 포괄임금 방식으로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어도 실제로 임금 지급 방식과 다르면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버스 운전기사 A 씨 등이 운송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 씨 등이 소속된 노동조합이 회사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체결한 임금 협정서에는 ‘근로시간의 부정확, 계절적인 요인 등을 감안해 단축 또는 초과근로한 시간을 일 단위로 계산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계산해 근로한 일수만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A 씨 등은 회사 측이 상여금과 근속수당, 휴가비를 제외하고 기본급만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한 것은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서에는 임금을 기본급과 여러 수당으로 명백히 구분하고 있고, 월별 보수액은 각 근무 일수에 따른 기본급에다가 약정 초과근로시간 등에 대한 여러 수당의 금액을 합산해 산정됐다”며 “실제로 포괄임금 방식의 임금 지급약정이 체결됐다거나 그와 같은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해왔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임금협정서에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임금 지급 및 임금인상을 하기로 하는 명시적 합의가 있었다”며 회사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포괄임금약정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임금협정서에 포괄임금제 관련 내용이 기재돼 있기는 하지만 회사의 임금 지급 실무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했는지는 근로시간, 근로 형태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해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세부항목으로 나눠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임금협정서상 제반 법정수당을 포함했다는 기재에도 불과하고, 회사는 월 고정액 외에 별도의 법정 수당을 지급했고, 임금조견표에는 나타나지 않은 상여금, 절수당 등 각종 수당은 별도 해당 월 지급기준에 의거해 지급한다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