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SK텔레콤의 영업실적을 통해 공개된 11번가의 4분기 실적은 매출액 1517억 원, 영업손실 36억 원이다. 그러나 4분기 적자에도 불구 11번가는 지난해 연간 기준 1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08년 사업을 시작한 11번가가 흑자를 달성한 것은 2011년 이후 두 번째다.
11번가 관계자는 “비록 십일절 등 연말 성수기 프로모션 진행의 영향으로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지속적인 비효율 사업 축소와 수익성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말했다.
빠른 배송과 최저가 경쟁이 거센 이커머스 업계는 그동안 흑자 기업이 드물었다. 흑자 기업은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인터파크 정도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터줏대감인 이베이는 2018년까지 무려 1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며 영업이익 역시 무난히 플러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파크도 2011년부터 9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장수 흑자 기업이다. 특히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들의 출혈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타사에 강점이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투어, 티켓 등에 집중하면서 리스크를 줄였다. 특히 지난해 역시 연결기준 영업이익 1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8% 성장했는데 일본 불매 운동으로 투어 사업이 부진했음에도 거둔 실적이다.
당초 온라인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과감하게 덩치를 키우거나, 무리하게 영업비를 투입하는 제 살 깎아먹기 전략을 내세웠다. 서로 비슷한 상품을 팔아서 저가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아마존처럼 승자 독식 구조가 전망돼 왔다.
하지만 하나둘씩 흑자 기업이 나오면서 예상이 깨지고 있다. 이커머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이유로는 먼저 소비 패턴의 대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넘어가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진 점이 꼽힌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0.9% 줄었지만, 온라인 유통업체는 14.2% 늘었다. 점유율 역시 2015년 전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29.8%에 불과했지만, 2016년 31.8%, 2017년 34.9%, 2018년 38.8%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41.2%로 꾸준히 오름세다.
11번가는 쿠폰과 일회성 행사를 줄이고, 커머스포털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티몬과 위메프는 타임마케팅에 집중하는 한편, 직매입과 당일배송을 축소하는 등 수익성 챙기기에 나섰다. 인터파크는 투어와 엔터에 무게를 싣고, 마켓컬리는 꾸준히 프리미엄 신선식품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다음 흑자 기업으로 티몬이 예상된다. 이 회사는 3월을 흑자 달성의 달로 정하고 늦어도 4~5월 중에는 적자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최근 티몬의 재무 건전성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90억 원 적자였던 EBIT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3분기 마이너스 47억 원으로 줄었다. 4분기 역시 마이너스 20억 원 수준으로 축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 업계에서는 이를 수익성 개선과 고객 확보의 기회로 엿보고 있다. 마켓컬리와 SSG닷컴, 현대몰, 위메프 등이 너 나 할 것 없이 할인과 프로모션에 나서며 공세를 높이는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몸집 불리기 싸움에서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사업에 집중하며 이커머스들이 각자도생하는 모습”이라며 “여기에 코로나19 이슈에 따른 반사익이 예상되면서 제2의 쿠팡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