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막차에 올라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뒷심이 매섭다.
16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경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블룸버그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민주당 주요 대선 경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추격하며 3위로 올라섰다. 1, 2차 경선 참패로 위기에 몰린 바이든을 대신해 중도층이 블룸버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초반 4개 경선을 건너뛰는 대신 14개 주 투표가 치러지는 내달 3일 ‘슈퍼 화요일’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경쟁자들의 2배가 넘는 선거 자금을 투입해 존재감을 끌어 올리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또 부자 증세 등 정책 공약도 강화하면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15일 미국 남부 버지니아의 리치먼드 유세에서 자신의 실용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그는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이 비현실적인 정책을 내놨다”면서 “뉴욕 시장으로서 총기 규제나 환경 대책, 의료보험 개혁 등 성과를 이룬 경험이 있는 나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600억 달러(약 70조 9000억 원)의 자산을 가진 억만장자로서 “부유층이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며 개인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상을 제안했다.
실용적인 정책 강조와 함께 그가 뒷심을 발휘하는 원동력은 무엇보다 광고에 쏟아 붓는 돈에서 나온다. 사재를 털어 2억 달러의 선거 자금을 동원했는데, 이는 개인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는 샌더스의 2배가 넘는다. 이 실탄을 바탕으로 TV와 인터넷 선거 광고를 통해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돈의 힘은 이전에도 발휘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당시 보수층이 두터운 버지니아 지방선거에서 25년 만에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과반수를 탈환하는 이변이 생겼다. 그 뒤에는 캘리포니아에 250만 달러의 선거 자금을 쏟아부은 블룸버그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자 민주당 주요 경선주자들도 경계 강화에 나섰다. 특히 블룸버그가 대선 광고에 쏟아 붓고 있는 돈이 도마에 올랐다. 뉴햄프셔 경선 승리로 한숨 돌린 버니 샌더스가 블룸버그를 콕 찍어 공격했다. 그는 전날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 “블룸버그가 광고에 수백 만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돈으로 후보 자리를 사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돈 주고 선거를 사는 억만장자들에 질렸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어 “신체 불심검문 같은 인종차별 정책을 시행한 후보로는 결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고 과거 이력을 들춰냈다. 또 2015년 블룸버그가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면서 “이런 후보자로는 승리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블룸버그가 내세우고 있는 정책 공약인 최저임금법, 부유층 과세, 월스트리트 규제 등에 대해 두루 비판을 가했다.
다른 경선주자들도 가세했다. 엘리자베스 워런은 블룸버그를 향해 “인종 차별하는 백만장자”라고 비난했다. 블룸버그가 뉴욕시장 재직 때 시행한 신체 불심검문 강화 정책이 비백인 차별을 부추겼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당내의 거센 압박에도 블룸버그는 급진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와 일대일 대결을 상정한 여론조사에서 블룸버그가 9%포인트 차이로 승리한다는 결과도 블룸버그 상승세에 탄력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