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플랫폼 중심의 패러다임이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넘어가며 홈쇼핑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비웃기라도 하듯 홈쇼핑은 연일 호실적을 쏟아내고 있다.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고 디지털TV나 셋톱박스를 통해 영상을 제공하는 T커머스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확대한 결과다. 여기에 앞다퉈 진출하던 해외사업 중 수익성이 나지 않는 지역을 과감히 정리한 것도 체질개선에 한몫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CJ오쇼핑은 지난해 견조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매출이 98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6%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1.4% 증가한 1200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의 호실적은 모바일과 T커머스의 취급고(전체 판매액) 성장이 이끌었다. 전체 취급고 가운데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전년 대비 15.8%P 성장했다. 전체 취급고 중 11%에 달하는 T커머스의 경우 지난해 취급고가 전년 대비 33.1%나 뛰었다. 반면 TV의 취급고는 0.8% 역신장했다.
롯데홈쇼핑 측 관계자는 “모바일 앱 사용성을 개선해 소비자 편의를 높였고, 모바일 콘텐츠를 강화했다. T커머스의 경우 고객 맞춤 상품을 확대한 결과 좋은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 역시 모바일과 T커머스 성장이 지난해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취급고가 3조91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1.1% 증가한 1504억 원으로 집계됐다. T커머스 취급고는 전년 대비 42.7% 성장한 3418억 원, 모바일 취급고 역시 21.1% 증가한 1조1614억 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TV 취급고는 2조1286억 원으로 4% 성장하는 데 그쳤다.
현대홈쇼핑 측은 “식품, 보험, 렌털 등 방송상품 매출 호조와 T커머스 매출 확대로 2019년 취급고가 전년 대비 5.2% 성장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진출한 호주 사업은 27억 원의 취급고를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131억 원에 달했다. 회사 측은 “향후 송출 가구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상품 경쟁력 강화로 손익 개선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이 해외 사업 진출로 영업손실을 낸 것과 달리 해외 사업 정리로 비용을 줄여 재미를 본 사례도 있다. CJ오쇼핑은 2004년 동방CJ를 시작으로 중국,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멕시코, 일본, 터키, 인도 등에 진출했는데 수익성 악화로 일본, 터키, 인도에서 철수한 뒤 지난해 중국 3곳 중 1곳, 베트남, 태국까지 철수했다. 현재 CJ오쇼핑이 진출한 국가는 중국(2곳)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총 3개국뿐이다. CJ오쇼핑은 해외 법인을 청산하며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성장한 1492억 원으로 집계됐다.
CJ오쇼핑은 지난해 4조430억 원의 취급고를 올렸고, 매출은 전년 대비 10.3% 성장한 1조4273억 원을 기록했다. CJ오쇼핑 측은 모바일과 T커머스의 취급고나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회사 관계자는 “T커머스는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T커머스는 수수료가 낮아 다양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선보이기 적합하다. 올해도 T커머스 전용 상품을 선보이며 관련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 1위인 GS홈쇼핑만이 홈쇼핑 가운데 아쉬운 성적을 받아들었다. 모바일과 티커머스가 견조한 매출 성장을 이뤄냈지만 매출 비중이 큰 TV 쇼핑 취급액이 크게 줄어든 것이 뼈아팠다.
GS홈쇼핑은 지난해 전년 대비 0.8% 성장한 4조2822억 원의 취급액을 올렸다. 매출은 11.3% 성장한 1조1946억 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6% 하락한 1201억 원에 그쳤다. 전체 취급고의 53.6%에 달하는 모바일 쇼핑 취급고는 지난해 2조294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4.3% 증가했고, T커머스 취급고는 27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 성장했다. TV쇼핑 취급액은 5224억 원에 그쳐 전년 대비 7.4%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TV방송 매출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반면 모바일과 T커머스 매출이 늘면서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며 “T커머스의 경우 예전에는 생방송에 입점하기 어려운 아이디어 상품, 생활용품 상품 위주였다면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소비자가 많이 찾는 패션이나 뷰티 구성을 늘린 결과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