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삼성전자에 이어 12일 현대차그룹까지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도 전자투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LG그룹 등 아직 전자투표제 도입을 하지 않은 기업 전반으로 확산 속도가 빨라질지 주목된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각 상장 계열사의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체 계열사가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전자투표제는 회사가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하면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결정은 소액주주들의 주주권을 보장하고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주주와 시장 이해관계자들과 확고한 신뢰관계를 조성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높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이사회를 통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전격적으로 결정하면서 주주총회에 대한 주주 접근성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액면분할로 주식이 '국민주'가 되면서 소액주주 수가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3월 20일 열린 제50회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총장에 입장하기 위해 일시에 1000여 명이 몰렸다. 긴 대기시간에 지친 주주들은 삼성전자 측의 대응에 항의를 쏟아내기도 했다.
올해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함에 따라 이러한 불편이 한층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대기업 최초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이다. 이 회사는 2017년 11월 민간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12월에는 SK㈜가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도 전자투표제를 시작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일부 상장 계열사들이 수년 전부터 전자투표제를 시행했고 지난 2018년 출범한 한화컴플라이언스위원의 권고로 현재 전 상장계열사에서 도입 중이다.
이 밖에 포스코, 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도 지난해 전자투표제를 줄줄이 도입했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도 현재 전자투표제 도입을 심사숙고하고 있다.
정부 역시 소액주주가 주총에 참여하기가 쉬워지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권장하고 있다.
주요 그룹 중 LG그룹은 현재 전자투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선 일반 주주의 주총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아 전자투표제도를 시행해도 투표율 상승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공정위에 따르면 전자투표제 도입회사 비율은 2018년 25.7%에서 2019년 34.4%로 8.7%포인트 증가했고, 실시회사 비율도 22.1%에서 28.8%로 6.7%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자투표제를 통한 의결권 행사비율은 2018년 1.9%에서 2019년 2.0%로 0.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주주친화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에서 전자투표 도입은 이어질 것"이라며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