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전시회(키메스ㆍKIMES 2020) 참가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우려에 개최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키메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의료기기 전시회로 올해 36회를 맞았다. 내달 19~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1403여 개 업체가 참여했고, 이 중 절반가량인 708곳이 해외 업체다. 해외 업체 중에서는 중국 업체가 185개사로 가장 많이 참가했고, 미국(129개), 독일 (84개), 대만 (59개), 일본 (53개) 등이 참가했다.
전시회를 주최하는 한국이앤엑스는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에 올해 중국 업체들의 참가를 전면 제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같은 자구책에도 몇몇 의료기기 업체들은 개최 연기를 요구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이 개최 연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신종 코로나 여파로 해외 업체들 참가가 저조할 것이고, 이에 따라 전시회를 여는 의미가 크게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둘째는 감염 우려를 떨칠 수 없다는 점이다.
올해로 6회째 참가하는 A 업체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회사다. 키메스에 참가하는 이유도 중국과 홍콩, 대만 등 바이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런데 주최 측에서 중국 업체의 참가를 전면 제한하면서 A 업체는 “나갈 이유가 없어졌다”는 입장이다.
A 업체 대표인 김 모씨는 “진퇴양난”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올해 전시회에 6개 부스 규모로 참가할 예정인 A 업체는 부스비로 이미 1500만 원 가량을 썼다. 김 씨는 “부스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부스를 설치하고 인테리어 하는 데 3000만 원 가량이 든다”고 설명했다. 중국 바이어가 대폭 축소됐다는 이유로 김 씨는 부스를 그냥 비워둘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9년 이 전시회에 처음 참여한 뒤 10회 이상 참여 경험이 있는 B 업체도 부스비 2000만 원을 냈지만, 이 비용보다 앞으로 나갈 비용이 훨씬 크다고 밝혔다. B 업체의 대표인 이 모 씨는 “전시회 참여 목적은 해외 바이어 발굴인데, 그 효과를 못 얻으면 앞으로 추가 비용만 더 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해외 업체들이 많이 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그는 “부스비를 환불받지 않고, 그냥 안 여는 것이 나을 정도”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 “만약 전시회에 참여한 업체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나면, 수백 개 회사가 직장 폐쇄를 해야 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18년째 참가한다는 C 업체 대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을 배제했지만, 국내에서도 중국에 가지 않고 싱가포르, 태국 등에 다녀온 후 신종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주최사인 한국이앤엑스는 감염 방지책을 마련해 위험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앤엑스 관계자는 “손 소독제, 마스크 등을 행사자에 비치하고, 열 감지 장비를 설치하는 등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감염 확산을 막고 있는 만큼, 행사가 취소될 만큼의 상황이라고 판단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시회가 내달 중후반에 열리기 때문에 그때쯤이면 사태가 진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시회 규모가 축소된 데 관해서도 한국이앤엑스는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었다. 현재 홈페이지에는 참여 기업이 701개로 뜨지만, 최종적으로 1300여 개 기업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00여 개 업체가 줄어든 규모다.
개최 연기를 주장하는 업체 대표들은 주최 측이 현실적인 이유로 개최를 미루기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B 업체 대표는 “보건 당국과 정부가 주시할 만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전시회 연기를 권고할 것을 촉구했다. A 업체 대표도 “연기 시 주최 측이 일정 부분 피해를 보겠지만, 일정대로 연다면 업체들은 그 이상의 피해를 본다”며 “정부가 개입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