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 수소 전략과 미래차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 정부와 접점을 확대하며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청사에서 '마크 W 메네제스' 미국 에너지부(DOEㆍDepartment of Energy) 차관을 만나 '수소연료전지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에 나섰다.
이날 현대차는 미국 에너지부와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기술혁신과 글로벌 저변확대를 위한 협력’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자동차 이외에 선박과 철도ㆍ발전설비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MOU에 따라 현대차는 미국 에너지부에 수소전기차 넥쏘 5대를 기증하고 워싱턴 D.C. 수소충전소 건설도 지원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와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라면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의 목적으로 미국 에너지부의 수소연료전지 프로그램에 협력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수소연료전지 기술 대중화에 적극적이며 미 에너지부가 수소의 미래 잠재력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어 이번 협력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미국 에너지부와 함께 수소 사회가 조기에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메네제스 에너지부 차관 역시 “수소연료전지와 수소기술의 발전은 물론 미국의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미래를 위해 현대차와 협력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화답했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과 메네제스 차관은 미국 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등 대중화를 위한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 에너지부와의 강화된 협력을 통해 수소연료전지 기술에 대한 자동차 이외의 산업 및 일반 대중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친환경 운송수단이 세계 시장에서 확산하는 데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연방 부처인 미국 에너지부와의 협력강화에 앞서 캘리포니아주에 집중된 수소전기차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기반 조성에도 나섰다.
지난해 기준, 미국은 세계 최대 수소전기차 보유(7937대) 국가다. 4900여 대가 팔린 한국은 2위다.
정 부회장은 지난 주말 '전미 주지사협의회'에 나서 그룹의 미래전략을 공유하고 수소산업의 확대를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주지사들과 미래 수소 사회 비전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미국 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보급 확대 노력도 언급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주지사협회 인사말을 통해 “세계 각국과의 경제 교류 및 협력에 노력하는 주지사 여러분께 감사한다"며 "우정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국의 번영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수혁 주미한국대사 주최로 처음으로 워싱턴 D.C. 한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동계 회의 리셉션에는 전미주지사협회 의장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등 주지사 30여 명을 만나 수소 사회 가능성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전략과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앞세워 미국 현지에서 운신의 폭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월 초,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2020 CES'에 직접 나서 그룹의 미래 전략의 핵심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선언한 게 시작이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약 1700조 규모의 개인용 비행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도심 항공 산업은 향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성장한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은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전략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그룹 차원의 전략을 확대하는 만큼 사실상 최고경영자가 보폭을 확대하는 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