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의 해외 생산에서 중국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현지 판매가 감소해 지난해 일부 공장이 가동을 멈춘 결과로 풀이된다.
10일 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HMI)ㆍ터키(HAOS)ㆍ중국(BHMC)ㆍ미국(HMMA)ㆍ체코(HMMC)ㆍ러시아(HMMR)ㆍ브라질(HMB)ㆍ베트남 등 8곳에서 완성차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상용차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국 쓰촨 공장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8개 공장은 지난해 총 269만5033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중국 공장은 66만2590대를 만들며 전체 해외공장 생산의 24%를 차지했다. 이 비중이 25%대 아래로 내려간 건 10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공장은 2002년 준공 이후 빠르게 생산량을 늘려 2009년에는 연간 생산량 57만대를 넘겼다. 현대차 해외 생산 기지 중 가장 많은 완성차를 만드는 공장으로 올라선 시기다. 당시 중국 공장은 현대차 해외 생산분의 37%를 책임졌다.
2013년에는 연간 100만대 생산을 이뤄내는 등 줄곧 최대 생산기지 지위를 유지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2017년부터 기세가 꺾였다. 중국에서 반한 감정 격화로 판매가 줄자 베이징 공장 생산량도 지난해에 66만대로 줄었다. 해외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27%에서 2019년 24%로 내려왔다.
기아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KMMG)ㆍ중국(DYK)ㆍ슬로바키아(KMS)ㆍ멕시코(KMMG)ㆍ인도(KMI) 등 5곳에서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는 기아차는 지난해 총 124만6654대를 생산했다. 이 중 중국 옌청에 있는 동풍열달기아차 공장은 전체 해외 생산의 22%를 차지하는 28만4335대를 만들었다. 중국 공장의 생산 비중이 25% 이하로 떨어진 건 역대 처음이다.
중국 공장은 2002년 기아차가 해외에 건설한 첫 번째 생산기지로 2006년 슬로바키아 공장이 설립되기 전까지 최대 수출기지 역할을 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기아차 해외 생산의 40% 이상을 책임졌다. 하지만 생산 비중은 2017년 29%, 2019년 22%까지 내려앉으며 고전했다. 같은 시기 멕시코 공장이 연간 25만대 가량을 생산하기 시작한 점도 중국 공장의 비중 축소에 영향을 줬다.
현대ㆍ기아차의 중국 공장 생산 비중이 줄어든 건 2017년부터 지속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의 2017년 중국 판매는 전년 대비 36% 줄었다. 판매 부진이 지속하자 지난해 3월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 가동을 멈췄고, 기아차는 옌청 1공장 문을 닫았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를 중국 시장 재건의 원년으로 삼고 현지 재공략 채비에 나서고 있다. 수장부터 바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중국사업 총괄 사장에 이광국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을 승진 임명하며 중장기 전략 총괄 임무도 부여했다.
올해 경쟁력 있는 신차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현지 전략 모델인 미스트라를 비롯해 신형 아반떼와 쏘나타를, 기아차는 소형 SUV 셀토스와 K5를 중국에 출시한다. 또한, 제네시스 브랜드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고급차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관건은 중국을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이 지속하면 현지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자동차 판매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