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내림세를 면치 못했던 LCD(액정표시장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중국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으로 현지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종코로나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달 50ㆍ55인치 대형 LCD 패널 가격은 각각 86달러, 102달러로, 전달에 비해 나란히 1달러씩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른 패널 가격도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같은 달 43ㆍ65인치 대형 LCD 패널 가격은 각각 68달러, 162달러로, 전달과 같은 가격을 기록했다.
LCD 패널 가격이 반등의 조짐을 보이는 것은 공급 과잉의 주범이었던 중국 업체들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생산량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작년 3분기 10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LCD 공장 위주로 글래스 투입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LCD 수익성이 악화되자 삼성, LG 등 우리나라 업체들도 생산량을 줄이는 것 또한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해 패널업체들이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겪어서 공장 가동률 조정 등 공급 통제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LCD 패널 가격은 당분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신종코로나 여파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서, LCD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의 진원지인 우한에는 BOE를 비롯해, CSOT, 티안마 등의 생산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시장 조사 업체 AVC는 이번 사태로 2월 중국 디스플레이 생산량이 10%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시에 IHS마킷 시니어 디렉터는 “(신종코로나로 인해)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노동력,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단기에는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LCD 가격 상승이라는 호재가 왔지만 삼성, LG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악화될 경우 현지에 있는 공장들이 부품 공급 차질 등으로 장기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에 열린 작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신종코로나와 관련해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건 사실”이라며 “지방정부의 지침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자사와 경쟁사의 팹 운영 전략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난징, 옌타이에 있는 LCD 모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천진 공장의 중소형 올레드(OLEDㆍ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