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던 ‘라면 대장’ 농심이 지난해 건면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반등을 꾀하고 있다. 올해 초 선보인 ‘앵그리 RtA’까지 히트 조짐을 보이며 ‘1등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1985년 업계 1위에 오른 이래 현재까지 농심은 왕좌를 수성하고 있으나 최근 10년간 국내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해 왔다. 5일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52.3%를 기록했는데, 이는 10년 전인 2010년 점유율(67.1%)과 비교하면 약 1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2등 업체인 오뚜기의 약진이 농심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10년 10.7%에 불과했던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3.1%를 기록했다. 10년 새 국내 시장 점유율을 두 배 이상 늘린 셈이다. ‘갓뚜기’라는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고 류현진 등 스포츠 스타를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농심이 건면의 선전을 발판 삼아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농심이 지난해 출시한 신라면 건면은 출시 250일 만에 5000만 봉 판매되며 시장에 안착했다. 농심은 건면이 판매 호조를 보이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해 생산량을 2배로 늘렸고, ‘농심쌀국수’와 ‘짜왕건면’을 연이어 출시하며 건면 라인업을 강화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지속됨에 따라 건면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선보인 너구리 매운맛 한정판 ‘앵그리 RtA’의 기세도 매섭다. 지난달 21일 출시된 이 제품은 출시 2주 만에 40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출시 보름 만에 300만 개가 팔린 ‘신라면 건면’의 실적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라면의 특성상 신제품의 시장 진입은 녹록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데 너구리 ‘앵그리 RtA’의 기세는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시장 2, 3위인 오뚜기와 삼양라면도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통해 농심의 반격에 대응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9월 ‘오!라면’을 출시해 ‘가성비 라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오!라면’의 가격은 대형마트 할인가 기준 4입에 1850원으로 봉지당 460원 수준이다. 대부분 봉지 라면의 시중 편의점 가격은 700원 전후다. ‘오!라면’은 가성비 덕에 출시 3개월 만에 1500만 개가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여름철 계절면, 쇠고기미역국라면, 북엇국라면에 이은 HMR(가정간편식) 라면과 10~20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용기면 제품 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베스트셀러인 불닭볶음면 라인업과 함께 지난해 10월 처음 선보인 온라인 전용 제품 ‘불타는 고추짜장’ 등의 판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의 불닭브랜드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전년 대비 20% 증가한 3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7년 12월 불닭브랜드 10억 개 판매를 기념해 출시된 까르보불닭볶음면의 경우 한정 판매 기간인 3개월간 3600만 개가 판매됐고, 출시 2년 만에 1억 개 판매를 돌파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오리지널 불닭볶음면과 함께 불닭 브랜드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판매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식품&영양 부문 수석연구원은 “라면은 현장 프로모션이 매출과 직결되는 데다 매년 꾸준한 트렌드가 없는 카테고리”라며 “미투 제품이 출시되는 시장 특성상 신제품의 히트 여부가 트렌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