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해외건설협회의 해외 수주액 통계가 한 달 넘게 비공개 상태다. 13년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해외 수주액을 통계 기준을 바꿔 조금이라도 수치를 끌어올려 충격을 최소화하고, 바닥으로 떨어진 해외 수주에 대한 지원책을 함께 내놓으려는 정부의 고민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 수주 정책 성과와 향후 목표 등이 담긴 방안책을 이번 주 내놓는 동시에 해외 수주 통계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국토부 산하 해외건설협회(이하 협회)의 해외건설종합서비스 수주 통계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를 취합해 그 현황을 지역·연도·기업 등으로 세분화해 공개한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통계는 올해 들어 한 차례도 공개되지 않았다.
통상 협회는 매년 말 통계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당해 연도의 수주액을 모두 취합한 뒤 새해 시작 2~3일 만에 이를 공개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통계 취합을 이유로 한 달이 지나도록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액이 예상보다 너무 저조하니 정부든 협회든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기존에 건설사들이 협회에 신고한 날짜를 기준으로 통계를 낸 것과 달리 이번엔 계약 날짜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수주 관련 내용을 협회 측에 해를 넘겨 신고했어도 수주 계약일이 지난해인 경우 이를 포함시키는 등 기준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해외 수주액이 13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수주액을 조금이라도 늘려보려는 국토부의 궁여지책이라는 게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24일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204억 달러로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협회가 조만간 공개할 지난해 수주액은 약 23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통계치 공개가 예상보다 더 지연된 건 국토부가 해외 수주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이번 주 발표하는 수주 지원 방안에는 지난 2018년 설립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발굴 사업과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 펀드의 투자 목표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부가 악화된 수주 환경을 뒷받침해 수주 활성활에 발 벗고 나서는 건 희소식이지만 저조한 통계치가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구색을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내놓는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국토부 장관이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중동국가를 방문했는데도 수주 결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게 국토부 입장에선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정부는 물론 업계 스스로도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를 지속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