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여성 등기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유틸리티업(전기ㆍ가스)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별 특성이 반영된 결과보다는 공기업 인사 정책상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남성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건설ㆍ운송ㆍ디스플레이 등 업종에서는 여성 등기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20일 이투데이가 자산 2조 원 이상(별도기준, 비금융사ㆍ금융사(자본총계 2조 원 이상)) 상장사 150곳의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4개 업종(FICS분류체계 기준) 중 여성 등기 이사의 점유율이 높은 업종은 유틸리티(전력ㆍ가스)로 집계됐다.
유틸리티 업종의 여성 등기 임원 비율은 12%로, 총 등기임원 41명 중 5명이다. 해당 상장사는 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삼천리 4곳이다.
여성 등기 임원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지역난방공사로, 전체 상장사 중 유일하게 3명이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도 여성 등기 임원 1명씩 보유하고 있다.
반면 삼천리는 한 명도 보유하지 않았다. 삼천리를 제외하면 모두 공기업에 속한다. 사실상 공기업 권고 지침에 따라 최소한의 여성 등기 이사 수를 보전하는 형편이다. 앞서 정부는 2017년 11월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소재 업종(금속ㆍ화학 등)은 0.8%로 여성등기 임원 비율이 저조했다. 해당 업종의 등기 임원은 총 121명 규모지만 여성 임원은 단 1명(롯데케미칼)에 그쳤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업종별 여성 등기 임원 점유율은 평균 4%에 그쳐 산업 전반으로 여성 등기 임원 비율이 저조했다.
업종 전반으로 여성 등기 임원은 비상근직 또는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공기업처럼 내부 관리 제도가 없다면 사실상 여성이 자체 내부승진을 통해 상근 등기임원에 오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밖에도 미디어(9.1%), 소프트웨어(8.8%), 내구소비재 및 의류(8.3%), 에너지(8.3%), 생활용품(6.7%), 음식료 및 담배(4.3%), 통신서비스(3.8%), 보험(3.6%)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여성 등기 임원 점유율이 0%인 업종은 운송 등 8개다. 특히 자본재 업종은 가장 많은 임원 수(184명)를 보유했음에도 저조한 수준이다.
자본재 업종을 구성하는 세부 분야는 건설(72명)ㆍ기계(29명)ㆍ조선(27명)ㆍ무역(21명)ㆍ전기장비(19명) 등으로 이중 여성 등기 임원을 선임한 상장사(28곳)는 한 곳도 없다.
중공업 관계자는 “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산업 특수성상 여성 임원 비율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과대학 및 엔지니어 출신 등 입사부터 남성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산업군은 시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근속 연수와 성과 등을 고려해 등기임원으로 임명해야 하지만 단순히 인원수를 보장하라는 것은 현장과 괴리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 관점으로 여성 근로자가 많아지는 시점부터는 유효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 밖에도 운송ㆍ제약 및 바이오ㆍ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상업서비스 등에서도 여성 등기 임원은 0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9일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법인의 여성 등기 이사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수정 가결됐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개정안은 특정 성(性) 이사가 이사회 전부를 차지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기업별 여성 임원 비율은 일반적으로 3%로 매우 저조한 수준”이라며 “사실상 업종별 특성에 따라 달라진 것보다 기본적으로 여성 임원 수 자체가 적은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법안 도입은 이사회의 다양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