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 수익성 악화, 건설·자동차 등 수요산업 부진 등 악재 지뢰밭에 허덕이며 장기 불황을 견뎌내고 있는 철강업계가 올 한해도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철강업체 수장들은 과거 집착해왔던 철강 부문에서 조금 벗어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비(非)철강부문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19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미래 신사업으로 2차전지 소재사업의 경우 양·음극재 생산능력 확충 및 마케팅 역량을 제고하고, 향후 성장동력이 될 유망 아이템을 조속히 발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열린 ‘2020년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비철강 사업의 에너지·소재 부문에서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라며 또 한번 비철강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취임과 동시에 미래 신성장 동력 마련을 강조해 온 최정우 회장은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인 양·음극재사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의 20%, 매출 17조 원 규모로 키워 그룹 성장을 견인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올해 3대 키워드 중 하나로 '진화와 집중'을 내세워 2차전지 소재사업은 물론 LNG 벨류체인(Value Chain), 식량 사업 등의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도 올해를 혁신과 변화의 원년으로 삼고 "기존의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언급했다.
또 취임 2년 차를 맞은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최근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강관 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선언하며, 철강 부문 중에서 비 수익 부문을 과감하게 떼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강관사업부는 2015년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인수·합병하면서 흡수한 부문으로 생산 실적이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설비 가동률 역시 60% 대로 80~100%를 가동하는 타 사업부보다 낮다.
현대제철은 철강 부문의 수익성 제고와 함께 새로운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 차원의 수소전기차 사업에 맞춰 수소연료전지용 금속분리판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건물용, 선박용, 발전기용 등에 적합한 금속분리판 연구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해 창립 65주년을 맞은 동국제강 역시 장세욱 부회장을 중심으로 과감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특수강사업팀을 신설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로 했다. 특히 특정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신강종을 개발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비철강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가장 먼저 새사업으로 알루미늄을 택했다.
세아베스틸은 고부가 알루미늄 소재업체 ‘알코닉코리아’ 인수를 추진 중이며, 올 1분기 내로 760억 원에 최종 인수할 예정이다. 세아베스틸은 알코닉코리아 인수로 사업영역을 방산, 항공 등 알루미늄 소재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철강업계 CEO들은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에도 관심을 보이며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유일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포스코는 AI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를 전 생산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시킬 계획이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듯, 사물인터넷(IoT)·AI·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는 공장을 의미한다.
현대제철은 기존 스마트팩토리에서 더 나아가 제조 부문을 비롯해 시스템 등 전 부문에 걸친 매니지먼트 구현이 가능한 ‘스마트 엔터프라이즈’를 구축하고 있으며, 동국제강 역시 전사적으로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장기적인 불황에 빠지면서 생존을 위한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됐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떄, 비철강 부문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