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이 새로운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트레일블레이저가 '한국 사업장에 대한 GM의 의지'를 보여주는 차종이라며 기대 이상의 판매를 자신했다.
한국지엠은 16일 인천시 영종도에서 미디어 출시행사를 열고 트레일블레이저의 세부 사양과 판매 계획을 발표했다.
카허 카젬 사장은 “한국에서 디자인과 설계, 개발, 생산까지 이뤄진 트레일블레이저는 신제품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한국지엠의 수익성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SUV 트랙스와 중형 SUV 이쿼녹스의 중간 차급으로 GM의 차세대 파워트레인 기술을 비롯한 안전과 편의사양을 갖췄다. 국내에서는 기아차 셀토스, 쌍용차 티볼리가 경쟁 차종으로 분류된다. 한국지엠은 이 차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차급이라고 강조했다.
시저 톨레도 영업 서비스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쉐보레는 한국 시장에서 트랙스로 B(소형) 세그먼트를 개발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기존의 세그먼트를 초월해 B와 C(중형) 세그먼트를 아우르는 독특한 시장을 개척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트레일블레이저가 트랙스, 이쿼녹스의 판매량을 잠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워낙 독자적인 특성이 많아 판매 잠식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행사에는 경영진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노동조합,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도 참석해 화합의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초 임기를 시작한 김성갑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을 비롯해 협력사 대표인 문승 한국지엠 협신회 회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남춘 인천시장도 자리했다.
김성갑 노조 위원장은 “작년까지는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등 노사 갈등이 있었지만,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이 새로운 시작이 돼야한다”며 “한국지엠이 정부에서 받은 8100억 원의 공적 자금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우차 노조 위원장 출신인 홍영표 의원은 “한국지엠이 지난 몇 년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선구자라는 이름처럼 트레일블레이저가 한국지엠이 새롭게 도약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가 출고되기 시작하며 점진적인 판매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1월부터 12월까지의 누적 내수 판매량은 7만6471대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지만, 10월부터는 석 달 연속 두릿수 판매 회복세를 이어왔다. 12월에는 작년 월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가 회사의 실적 개선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 차종과 비교하면 트레일블레이저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심을 끈 가격대는 1995만~2620만 원으로 책정됐다. 경쟁 차종 셀토스(1965~2865만 원)와 비교하면 기본 트림의 가격이 더 비싸지만, 셀토스의 주력 트림 가격 군이 2000만 원대 초반에서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승산 있는 수준이다.
트레일블레이저가 갖춘 GM의 차세대 파워트레인 역시 강점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라이트사이징 기술을 적용한 1.2리터 가솔린 E-터보 프라임 엔진과 1.35리터 가솔린 E-터보 엔진을 얹었다. 두 엔진은 제3종 저공해 차량 인증을 받아 세제 혜택과 공영주차장 할인 등을 누릴 수 있어 엔트리 SUV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카허 카젬 사장은 “우리는 내수 시장에 진중한 자세를 갖고 있다”며 “한국지엠과 쉐보레를 위해 트레일블레이저는 중요한 차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