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파트 청약 열기를 내뿜었던 대대광(대전·대구·광주) 중 대전이 올해도 청약시장에서 양호한 성적표를 낼 전망이다. 주택 공급 부족 이슈가 여전한데다 세종시의 인프라 미비로 주거 여건에 만족하지 못했던 수요가 대전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지난해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 가능성이 커진 점과 그간의 가격 급등 피로감으로 일반아파트 매매시장이 진정되고 있는 점은 분양시장에도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대전광역시에서는 아파트 1만1580가구가 공급된다. 작년(8658가구)보다 2922가구가 늘어난 물량이다.
중구 목동4구역 모아엘가(420가구)와 서구 용문동 용문1·2·3구역(2763가구), 서구 가정동 도마변동1주택재개발사업(1779가구) 등에서 재개발 분양 물량이 나온다. 그 외에 둔곡지구와 용산지구 등에서 6600여 가구가 분양된다.
대전은 지난해 지역별 청약경쟁률에서 55.46대 1로 가장 높을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물량 4617가구에 쏟아진 청약통장이 무려 25만6053개였다. 대전은 대대광(대전·대구·광주) 중 대구(20.60대 1)와 광주(39.10대 1)의 청약경쟁률도 크게 압도할 정도로 이변을 보였다.
대전의 이같은 청약 열기는 새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급(공급과 수요) 불균형에서 불거졌다. 최근 몇 년 간 새 아파트 공급이 인근 세종시에 집중되면서 대전의 최근 3년(2017~2019년) 연평균 아파트 입주 물량은 5667가구에 그쳤다. 이 기간 세종의 입주 물량은 두 배를 넘는 1만3631가구에 달했다. 지난해 대전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목동 더샵리슈빌은 대전 목동에서 12년 만에 나온 아파트였다. 갈아타기 수요는 쌓일대로 쌓였는데 공급은 적다보니 도심 지역에서 정비사업 물량이 나오는 족족 팔려나간 것이다. 세종시와 달리 규제 무풍지대인 점과 대출금리 인하 등으로 '로또 청약'을 노린 외지인지의 투기 등도 과열의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분양시장에선 지난해와 같은 과열 양상을 보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폭등한 집값에 앞으로 나올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큰 데다 세종시나 천안시 등 인근의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값 급등세가 최근 다소 누그러진 점도 폭발적인 청약경쟁율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청약시장도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과 결국 비슷한 맥락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대전 아파트 청약 시 지역 거주자 우선 공급 자격을 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만큼 외지인 투기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며 "실수요만으로 지난해와 같은 청약 붐이 일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전 내 주택 공급이 갈아타기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만큼 많지 않고, 인근 세종시의 주거 여건에 만족하지 못해 대전으로 되돌아오는 수요가 여전히 많은 점은 청약시장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