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인근에 들어선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 아파트. 이 단지는 창동역 창업·문화산업 복합단지 개발 등 호재에 힘입어 지난 2년 새 몸값이 배 가까이 뛰었다. 그리고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작년 말 꺼내든 '12ㆍ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12ㆍ16 대책) 이후 매매값은 한 번 더 치솟고 있다. 작년 12월 초 5억5800만 원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73㎡형이 최근 6억 원에 팔린 것이다. 이 아파트는 현재 6억3000만~6억500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서울 강북권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신고가 거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정부가 강남을 겨냥해 고가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풍선효과로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비강남지역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을 타깃으로 한 12·16 대책이 오히려 강북 집값만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12ㆍ16 대책 발표 한달이 다가오면서 서울 주택 매매시장은 시가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주도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9억 원이 넘는 고가아파트는 매도 호가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9억 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는 상승세가 뚜렷하다. 실제로 노원구 하계동 한신동성아파트 전용 112㎡형 거래가는 작년 11월 7억 원에서 대책 발표 하루 뒤인 12월 17일 7억7000만 원으로 올랐다. 반면 시세가 20억 원이 넘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이달 들어 호가가 2억원 이상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끊겨 거래 정지된 상태다. 9억 원 초과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 LTV 20% 하향 조정)과 15억 원 초과 아파트(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 금지)는 12·16 대책으로 대출 규제 직격탄을 맞았으나, 주로 강북권에 몰려 있는 중저가 아파트는 규제에서 비켜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진우 오비스트 대표는 “2005년 당시 노무현 정부가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6억 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하자 6억 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거래가 끊겼으나 그 이하 아파트는 강세를 보였다”면서 “10여 년이 훨씬 지난 현재 주택시장의 흐름을 가르는 가격대가 ‘9억 원’으로 바꿨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주택시장이 가격대별로 다르게 움직이는 것은 이번 부동산 대책이 ‘숫자(가격)’를 앞세웠기 때문이라고 설명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강남 고가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받아들이지 않고, 가격 상승폭이 작았던 저가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용납하겠다는 정부의 의중이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도 “정책의 경계를 '숫자(가격)'로 놓는 순간 시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12·16 대책)이 고가, 9억 원, 다주택자에서 나아가 15억 원이란 기준을 새로 만들어 준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