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 사업권 8개 구역에 대한 입찰 공고가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당초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께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었지만, 사업권 구성, 임대료 산정, 계약 기간 등 공고 내용을 두고 관세청과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길어지며 해를 넘기게 됐다.
이번 입찰 대상 구역은 롯데(DF3 주류·담배), 신라(DF2 화장품·향수, DF4 주류·담배, DF6 패션·잡화), 신세계(DF7 패션·잡화) 등 대기업 구역 5곳과 SM면세점(DF9 전 품목), 시티플러스(DF10 전 품목), 엔타스듀티프리(DF12 주류·담배) 등 중소기업 구역 3곳 등 총 8곳이다. 일각에서는 관세법 개정으로 면세점 운영 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점 운영 계약 기간, 사업권 구성, 임대료, 심사 기준 등 입찰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인천공항은 상업시설 임대 등 비항공 수익의 90% 이상이 면세점 임대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공항 면세점 임대료가 높아 면세업체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수익이 낮음에도 면세업체가 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은 해외 진출 시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전 세계인이 오가는 곳인 만큼 인지도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또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고 싶어하는 브랜드와의 협상력도 높아지고, 운영하는 면세점이 많을수록 저렴하게 제품을 매입할 수 있다.
이번 입찰에서 접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는 곳은 매출이 가장 높은 화장품·향수 구역이다. 이 구역은 현재 신라면세점이 운영 중인데 신라면세점은 이를 포함해 현재 운영 중인 3개 구역 수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측은 “싱가포르 창이공항·홍콩 첵랍콕공항 등 아시아 3대 권역에서 유일하게 화장품·향수 구역을 동시에 운영하는 사업자임을 강조해 사업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사업권 자진 반납 후 떨어진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 사업권 확보에 도전할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은 2017년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인천공항 면세점 3개 구역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이후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시장 점유율은 42%에서 39%로 하락했고, 업계 2위인 신라면세점은 점유율 30%까지 오르며 격차를 좁혔다.
신세계면세점은 롯데면세점이 반납한 사업권을 이어받고 시장 점유율을 18%까지 높인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업권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운영자인 롯데·신라·신세계 외에 2018년 면세사업을 시작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이번 입찰에 참여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서울 강남에 이어 동대문에 시내 면세점을 운영할 예정인 만큼 사업 구색을 갖추기 위해 입찰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면세점 영업손실이 수백억 원에 달해 공격적인 베팅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입찰 공고가 나면 자세히 검토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입찰에서는 업계 현황이 밝지 않은 만큼 무리한 베팅을 시도할 업체가 드물 것으로 보인다. 시내 면세점이 중국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출혈 경쟁을 일삼는 탓에 매출은 고공행진이지만 마케팅 비용이 막대해 수익성은 악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항 면세점은 임대료가 너무 비싸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 시내 면세점에서 흑자를 내면 공항 면세점의 적자를 메우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시내 면세점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마케팅 비용 늘리기로 과다경쟁하는 기형적인 상황이라 과거처럼 시내 면세점에서 공항 면세점의 적자를 메울 수 없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감당하지 못할 임대료로 베팅하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