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해 플랫폼 근로자 등의 근로자성 문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이슈, 노동 문제 형사처벌 기조 등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다.”
조상욱 율촌 파트너변호사는 2일 새해 4대 노동 현안을 이같이 진단했다.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로서 이론과 실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 조 변호사는 율촌 노동팀을 이끌고 있다.
율촌은 법원 출신 송무 파트너 변호사와 노동팀 전문 변호사 등 30여 명이 협업해 정리해고, 징계해고, 임금 등 집단적, 개별적 노동 분쟁에 관한 다양한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사내 하도급, 구조조정, 영업비밀, 비정규직 차별, 산업안전재해 등 업무 수행에 경험이 풍부하고, 경영진의 노동 전략 실행에 초점을 맞춘 자문을 제공한다.
율촌 노동팀은 조 변호사를 필두로 박재우ㆍ최진수ㆍ 김완수ㆍ정대원ㆍ조규석 변호사 등이 포진해 있다. 이수정 미국 변호사, 크리스토퍼 만델 미국 변호사 등 외국계 회사를 위한 인력도 갖췄다. 부산고용노동청장을 역임한 정지원 고문이 힘을 보탠다.
조 변호사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의 운영에 대한 문제가 매우 많을 것”이라며 “특별연장근로시간제의 경우도 인가, 탄력적 근로제 도입, 근로시간과 비근로 시간의 구별 등 현안들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는 율촌 노동팀 변호사들과 새해 주목해야 할 기업의 노동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어봤다.
◇조직 문화에 적합한 근로시간 확인·관리 방식 찾아야 = 조 변호사는 “실제 근로시간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시스템이 중요해졌다”며 “조직문화에 적합한 근로시간 확인 및 관리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창의력을 중시하는 정보기술(IT) 업계의 근무환경은 전통 제조업 등과 차이가 있다. 박재우 변호사는 “기업의 고유문화를 지키고 자율성을 살리려면 근로시간을 타이트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주 52시간을 준수하려다 보니 서로 충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부서도 근무 형태가 달라 어떤 형태를 취하는 것이 적합한지 한 회사 내에서도 나뉜다”며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때는 상당한 법률적 검토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기간 동안 근로 감독을 통한 제재는 없을 것이지만, 근로자가 진정하는 경우 시정이 요구될 수 있고 처벌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근로시간 효율화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연장근로시간 관리제도, 유연근로시간제의 도입 등 제도적인 보완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그 범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달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 근로자성 인정 문제 부각 = 조 변호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 하청 근로자의 근로자성 인정을 둘러싼 노사 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특히 붐을 이룬 플랫폼 비즈니스 분야에서 문제가 조금 더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배달 기사들은 배달 업체에 직접 고용되기도 하지만 소비자와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 연결되는 만큼 전통적인 사용·지휘 관계와 다르다”고 짚었다. 이어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계약 관계지만, 실제 플랫폼 서비스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배달 업체 측에서 서비스 수행 방식 등 종사자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어느 정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부분이 전통적 근로 감독에서의 지휘 관계와 같다고 하면 노조 결성, 퇴직금, 해고무효 주장 등에 대한 부문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정대원 변호사는 “요기요 같은 경우 플랫폼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 수당을 시간급으로 주니까 노동청에서 ‘요기요’라는 사업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한 사례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이런 문제가 조금씩 제기된 만큼 올해는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본다”며 “플랫폼 종사자들이 노조를 조직하려는 움직임도 있고, 그러다 보면 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억울한 가해자’ 방지 논의 필요 = 조 변호사는 지난해 7월 도입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절차적으로 피해자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변호인 조력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실무적인 부문에서 기업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제도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가해자'에 대한 보호 문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도입 목적상 피해자 진술 의존도가 높은데 가해자에게도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억울한 가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업의 역량 확보를 중요하게 꼽았다. 그는 “회사는 사법기관이 아니므로 사실관계 판단에 대해 능력이나 경험이 없어 내부적인 조사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이런 부분은 도입 초기에 잘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 문제 형사처벌 증가…"기업들, 노동법 관점에서 검토" = 조 변호사는 “부당노동행위 관련해 중대한 판결도 많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형사 책임도 많이 강화됐다”며 “이른바 노동의 형사화가 눈에 보이는 현상인데 올해는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조 변호사는 “최근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검찰 수사, 법원 판결 경향에 비춰보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법부 인식이 상당히 엄중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노조 설립, 활동 등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가급적 노동법 관점에서 검토를 선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원청의 책임 범위와 사업주의 형사책임을 강화한 개정 산안법으로 올해는 산업안전 관련 사건의 중요성이 증대될 전망”이라면서 “산안법 관련 제도와 운영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밝혔다.
다만 조 변호사는 노동 문제에 대해 형사처벌이 강화되는 기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조 변호사는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노동 관련 문제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때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사용자의 방어권을 절차적으로 충분히 보호하고 있는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르는지 등 반성적으로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