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밀레니얼 세대’ 망하면 한국도 망한다”

입력 2019-12-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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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화로 다수의 ‘패배자’ 양산…공격적 재정정책으로 소득 보전해야”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가 1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저서 ‘밀레니얼 이코노미’를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가 1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저서 ‘밀레니얼 이코노미’를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 담론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정보기술(IT) 혁명의 수혜를 입은 1980년대~1990년대 출생자들이 노동과 소비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다. 8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 세대를 다룬 책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한 일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서점가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다룬 책이 쏟아져 나왔고 기업들도 앞다투어 젊은 세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유명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도 여기에 동참했다. 하지만 그의 관점은 일련의 세대론과 차이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다룬 대부분의 논의가 ‘앞선 세대와의 차이점’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면, 홍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상세히 다뤘다. 또 대부분의 분석이 ‘관찰’에 그친 반면 홍 대표는 이 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함께 제시했다.

홍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의 어려움에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담겨 있다”며 “당신들의 잘못으로 이런 어려움이 생긴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밀레니얼 세대가 잘 풀리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 미래는 없다”며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먼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

“가장 편한 정의를 내리면, 2000년 전후로 학교에 다닌 세대다. 2000년 전후로 두 가지 충격이 세계적으로 있었다. 하나는 정보통신 붐, 다른 하나는 ‘9·11 테러’였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다. 밀레니얼 세대의 선두주자인 80년대 초반생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미증유의 세계 대공황이 덮쳐왔다. 이 세대가 갖는 특징은 기술에 대해 습득이 빠르고 낙관적인 동시에 굉장히 비관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라는 동안 세상이 휙휙 바뀌는 것을 봤다. 지금 좋아 보이는 것이 미래에도 유지될 것인지 신뢰가 약하다.”

- 밀레니얼 세대들이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이유는

“입시부터 취업까지 경쟁이 너무 심하다. 과거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대부분 대학을 갔다. 심할 때는 80%까지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다. 그렇게 투자했는데 직장이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이전 과정을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고용도 안정되고 월급 수준도 높은 이른바 ‘1차 노동시장’이 대략 20% 정도 된다고 본다. 그런 상위 20%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굉장히 치열해졌다.”

-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미래의 모든 것’이다. 이후로 가면 세대 구분을 하기 민망할 정도의 아이들밖에 없다. 이들이 일본의 ‘사토리 세대’처럼 돼 버리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함께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뒤에는 어떤 노력을 해 봐야 소용이 없다. 이 세대가 잘 풀리도록 노력해 줘야 한다.”

- 밀레니얼 세대는 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나

“밀레니얼 세대가 부딪힌 가장 큰 핵심은 바로 ‘숙련편향적 기술진보’라는 것이다. 숙련편향적 기술진보 사회에서는 수혜계층과 피해계층이 명확하다. 컴퓨터 프로그램도 몇 개 다룰 수 있고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어떻게 우리 미래를 바꿀 것인지 정확한 예측은 못 해도 대강 따라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예 그런 기회에서 차단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른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이라고 부르는 4가지 전공에 속했는지에 따라 격차가 점점 벌어지게 된다.”

- 밀레니얼 세대 내에서 양극화로 소외된 계층이 생긴다는 것인가

“아마 밀레니얼 세대 중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저학력·저숙련의 젊은 남성일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LEYM(Less Educated Young Man)’으로 불리는 ‘저학력·저숙련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노동시장에 나가면 노인들과 경쟁해야 한다. 노령인구의 경제활동이 급증했기 때문에 경쟁도 심하다. 정보통신 혁명의 부하가 이쪽에 다 걸린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에서 경합을 벌이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도 굉장히 심해진다.”

-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공격적이고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경기상황을 불문하고 시행해야 한다. 먼저 근로소득장려세제(EITC)를 전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다소 웃도는 수준의 임금을 나라에서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장기실업에 따른 숙련의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지금 정부도 확장재정을 펼치고 있지만 공무원 증원과 같은 경직성 지출을 늘리는 데 재정정책을 쓰고 있다. 나중에 호봉이 오르면 부담이 커지는데 해고할 수도 없다. 근로소득장려세제 같은 경우는 반대다. 근속연수가 오래되면 연봉이 올라 차례로 세제 혜택 대상에서 졸업하게 된다.”

- 재정지출을 늘리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굉장히 황당하다. 어차피 밀레니얼 세대가 잘 안 풀리면 우리나라에 미래는 없다. 1인당 소득은 증가할지 모르지만 경제의 외형은 계속 마이너스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재정이나 연금 모두 망가질 텐데 지금 건전성을 이야기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 건전하게 유지해서 그때 망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지금 아껴봐야 밀레니얼 세대가 잘 안 풀리면 미래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도 없다.”

- 혼인·출산과 관련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결혼을 불문하고 출산 아동당 최저임금 70%를 보장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양육수당이 자동 인상되도록 연동해야 한다. 다만 여기에 소득과 결혼 여부를 묻지 않아야 한다. 비혼으로 살더라도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비혼에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한다. 더 힘들 테니. 또 한 가지, 솔직하게 말해서 결국 부유층이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 한다. 그래야 상속을 여러 사람한테 하니 재분배 효과라도 생긴다. 소득 기준을 맞춰야 보조를 해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투자 조언을 해 준다면

- “부동산을 고려해볼 만하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인구가 줄었다. 이렇게 되면 물가가 오르기 어렵고 금리가 떨어진다. 밀레니얼 세대의 최대 강점은 저금리 환경이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 것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이라는 것은 결국 이 같은 장기저금리 환경에서 오른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을 규제하지만, 가만히 보면 고가 부동산의 버블은 막겠다는 취지이다. 그 이하의 부동산은 열심히 매입하라는 신호도 함께 있다.”

- 돈 없는 청년 세대가 투자하기에 이미 부동산은 너무 가격이 높다

“누구나 다 좋아하는 지역에 신축 부동산은 어차피 밀레니얼 수요자들이 쳐다볼 수도 없다. 수십억 원의 부동산은 0.01%를 위한 것이니 현혹될 필요가 없다. 현재는 싸지만 미래 10년을 놓고 봤을 때 교통여건이 좋아지는 지역, 지금의 마포처럼 좋아질 여지가 있는 곳을 권하고 싶다. 마포가 달동네 재개발이 이뤄진 다음에 좋아진 것이지 예전에는 좋지 않았다. 광운대 인근이나 금천구청 인근 지역을 추천하고 싶다. 교통이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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