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했던 반도체 경기가 새해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듬해 수급 불균형과 가격 하락으로 급격한 다운턴(하강 국면)을 보냈다. 2020년에는 5G(5세대)이동통신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으로 반도체 경기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부터 글로벌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면서 생산설비 투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2020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를 보면 반도체 산업의 EBSI는 136.1로 전분기 대비 수출 경기가 크게 나아질 전망이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 기업들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출 여건이 전분기 수준보다 좋을 것으로 기대되면 100보다 크고, 전분기에 비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100보다 작은 값을 가진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수출단가(EBSI 74.2)는 전분기 대비 경기 둔화를 예상하지만, 설비 가동률(150.6), 수입규제ㆍ통상마찰(140.8), 국제수급(137.8), 수출계약(138.7) 등의 항목에서는 수출 경기가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무협은 “반도체 단가 회복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5G 시장 확대 및 주요 IT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수요 회복 등으로 수출 여건은 개선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반도체 설비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SEMI는 2020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580억 달러(약 68조 원)에 달해 전년보다 2%가량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SEMI는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 반등 요인으로 3D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의 투자 규모 확대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과 국내 평택 공장의 3D 낸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청주 M15 공장 설비를 채워 나가고 있다. 또 중국 칭화유니그룹 산하 낸드 제조사 YMTC는 지난해 9월 64단 3D 낸드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로직ㆍ파운드리 설비투자도 2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은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이 이끌고 있다. 일본 소니가 주도하고 있는 이미지센서 설비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센서 설비투자 규모는 2020년 상반기 20% 증가한 뒤, 하반기 92%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반도체도 설비투자가 상반기 40%, 하반기 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2020년 반도체 생산 증가량이 1790만 장(200㎜ 웨이퍼 기준)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약 1.5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의 경우 2080만 장의 생산량이 새롭게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치를 달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며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미뤘기 때문에 앞으로 생산 확대 계획이 본격화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의 다운턴으로 축소됐던 신규 시설 투자와 가동률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수익 극대화를 위해 투자와 생산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