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 하더라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리프트와 우버테크놀로지 등 대어들의 상장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올해 IPO 시장은 역대 최고 기록을 쓸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부풀려진 가치, 수익성 부족, 미 연방정부 셧다운, 기업 지배구조 문제 등 무수한 이슈들이 발목을 잡으면서 이러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는 수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의 집계를 인용, 올해 전 세계 IPO 건수가 전년 대비 20% 줄어든 1237건으로 3년 만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역시 1888억 달러(약 218조4794억 원)로 지난해 대비 10% 감소했다.
특히 미국 시장 상황이 신통치 않았다. WSJ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미국 증시에 211개 기업이 상장, 총 623억3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108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썼던 1999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IPO 시장은 연초부터 삐걱거렸다. 1월에는 미 정부의 부분적 셧다운으로 IPO 진행이 중단됐다. 이후 기대를 모으던 리프트와 우버가 상반기에 증시에 데뷔했으나, 상장 이후 주가가 30% 넘게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타트업 리스크’가 불거졌다. 리프트의 공모가는 72달러였으나 현재(27일 기준)는 45.84달러에 머물고 있다. 5월 상장 당시 공모가 45달러로 시작한 우버 주가도 현재 30.17달러로 내려앉았다. 치아교정업체 스마일다이렉트클럽 주가는 공모가 대비 무려 60%가량이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최대 기대주로 꼽히던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 위워크가 지난 9월 IPO를 철회하면서 가뜩이나 냉랭했던 시장 분위기가 더 꽁꽁 얼어붙었다. 위워크는 올 초만 해도 47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그러나 상장 서류 제출 뒤 상황이 급변했다. 기업 지배구조나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상장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 사이 기업가치는 크게 하락했고, 결국 IPO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들은 ‘유니콘에 대한 기대’보다는 회사의 수익성에 더 주목하게 됐다. 앤서니 콘톨레온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 자본시장 책임자는 “지난해나 올해 초만 해도 투자자들은 수익성 부족에 대해 덜 걱정했었는데, 현재는 투자자들이 수익성과 현재 손실 규모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