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도가 전동킥보드에 점령되고 있다. 최근 전동킥보드는 전기충전을 통해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모빌리티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평가받으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현재 약 10여 곳이 서울 강남·송파 등 서울 지역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본 기자는 전동킥보드를 직접 사용해보고 장단점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전동킥보드를 사용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받은 뒤 실행해봤다. 다운로드 받은 앱을 켜자 기자가 위치한 서울 강남 선릉역 주변으로 곳곳에 주차된 킥보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 QR코드를 스캔해 잠금을 해제하자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기자는 선릉역에서 강남구청역까지 총 1.58km를 이용하기로 했다. 전동킥보드의 금액은 기본요금 1300원에 분당 요금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용한 결과 약 4000원 가량의 요금이 발생했다. 택시 기본요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적절한 이동수단으로 느껴졌다. 특히 기자가 있는 위치에서 정거장까지 이동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킥보드를 탄 뒤,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에는 자유롭게 사용을 종료하는 방식은 시간전약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 우선 무분별한 주차 관리 문제다. 선릉역에서 처음 전동킥보드를 검색했을 때 가장 가까운 곳으로 표기된 곳으로 이동했지만, 그 자리에는 킥보드가 없었다. 혹시라도 잘못 찾아왔나 생각이 들어 둘러봤지만 처음 검색된 전동킥보드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두 번째로 가까운 전동킥보드를 찾긴 했지만 이마저도 건물 사이 틈새에 숨겨져 있었다.
두 번째는 안전사고 문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6년 84건에서 2018년 233건으로 급증했다. 2019년 전동킥보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사고 건수는 1000건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예측이다.
특히 전동킥보드는 안전장비 착용이 의무사항이지만 이를 지키는 이용자들은 거의 없다. 헬멧을 항상 소지하고 다닐 수도 없을뿐더러,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도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속도제한이나 주행규정 등 안전규제도 없다. 지정된 도로가 아닌 인도에서 운행된다 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실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인도에서 타고 있는 실정이다.
음주운전도 문제다. 전동킥보드를 직접 이용해보니 음주단속을 하지도, 할 수도 없어보였다. 사용자가 음주를 한 뒤 마음만 먹으면 아무 문제없이 전동킥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 실제로 전동킥보드를 음주운전을 한 이용자가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도 잇따라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날씨가 추워진 최근 야외에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 거리의 전동킥보드가 무분별하게 흉물처럼 방치되기도 한다. 물론 일부 업체에서는 무분별한 전동킥보드 방치를 막기 위해 전용 주차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공터와 제휴해 지정된 곳에만 전동킥보드를 주차하고 대여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킥보드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서울 지역에서만 약 1만대 이상이 서비스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관련 규정 마련과 이용자의 안전 인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