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가 되면서 송년회, 신년회 등 각종 행사로 눈코 뜰 새가 없는 나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이런 날에는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술자리이다. 술은 모임의 흥을 북돋아 주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더없이 좋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회식자리에선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된다는 말처럼, 술 역시 과음할 경우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평소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거나 이 질환의 위험군에 속해있다면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삼가도록 해야 한다. 과음이 하지정맥류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란 다리로 공급되었던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통로인 정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혈관질환이다. 정맥에는 심장으로 가야 하는 혈액이 다리로 역류하지 않도록 밸브(valve) 역할을 하는 판막이 있는데, 이 판막이 손상되면 혈액이 다리로 집중되면서 하지정맥류로 이어지는 것이다.
박종덕 하정외과 대전점 원장은 “술에 함유된 알코올은 혈액을 탁하게 만들고 혈액순환을 방해한다”며, “소량 섭취할 경우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과음으로 알코올 섭취량이 늘어나면 혈관건강이 저하되면서 하지정맥류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과 함께 섭취하는 안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술자리에서는 보통 기름지거나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 안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음식들 역시 하지정맥류를 악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인데, 과음할 경우 과식하기 쉽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가 시작되면 다리의 혈관이 피부 겉으로 돌출되거나 부종, 종아리 통증, 중압감, 피로감 저림, 가려움증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하지정맥류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방치한다면 피부가 착색되거나 궤양, 괴사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발견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한 번 시작되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심될만한 증상이 보인다면 신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며, “하지정맥류는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만큼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조기에 발견할 경우 압박스타킹 착용, 약물치료, 주사치료 등 비수술적인 치료법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증상이 시작된 지 꽤 오래 되었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정맥류 발거술, 레이저 폐쇄술, 고주파 폐쇄술, 베나실 등 근본적인 치료법도 병행하여 적용하여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말연시가 되면 각종 행사, 모임 등으로 과음을 하기 쉬운데, 이는 하지정맥류를 앓는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며, “술자리에 꼭 참석해야 한다면 술과 기름진 안주 대신 물과 과일•야채 안주를 선택하도록 하고, 조금이라도 다리에 이상 신호가 보인다면 조속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